가덕도 등대밑 호랑이(?)에게 감성돔 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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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등대밑 호랑이(?)에게 감성돔 강탈

	2010-04-11 (일) 02:49 작성자 : 백두대간 ( 1376khy )
	조행기
	추천: 0 조회: 6079

IP: 123.xxx.75

가덕도 등대밑 호랑이(?)에게 감성돔 강탈

꽃의 축제.
벗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망울이 맺히는 듯 하더니 이내 화사하게
만개하여 약삭빠른 벗나무에선 바람에 분분이
눈처럼 꽃잎을 날린다.
벗나무 아래엔 요즘만 볼 수 있는 장관.
회색빛 건조한 도시는 꽃동네로 개벽을 했다.

며칠전(4월 8일)
우리나라 최초의 포구인 용원에서
평일이라 느지막하게 여유를 부려가면서
배를 타고 가덕도로 향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갯바위는 한가로왔고
드문 드눈 선상에선 도다리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는
낚시인들을 볼 수 있었고
도착하여 내린 곳은 등대 바로 밑이었다.

물색도 좋고
바람도 적당하고
분위기는 최적이었는데
수온이 문제였다.
하기야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
음력 삼월은 되어야 함에도 모처럼 시간을 내어 출조한 가덕도니
주어진 시간에
최고의 노력을 경주할 수 밖에....

전갱이의 성화가 아주 심했다.
씨알은 양호했지만
감성돔을 타킷으로 삼았기에 눈에 들어 오질 않는다.
그래도 잡은 고기는 맛있게 먹어야 하는 의무가 있기에
바닷물이 고인 웅덩이에 잡는 대로 넣어 두었다.

정오를 지날 즈음.
깜빡하며 흐르던 찌가 멈칫,
숨을 죽이고 줄을 사르고 심호흡을 하며
다음 동작을 준비,
찌는 스물스물 잠기기 시작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영원한 시간으로 다가왔고
본능적으로 살짝 대를 들어 릴링.
놈은 본능적으로 밖으로 내달았다.
몇 번 물속을 휘젓던 놈은 이내 항복하며
수면으로 몸을 뉜다.
얼추 보니 40cm가 되는 감성돔,
갯바위로 올려 전갱이를 넣어 두었던 물 웅덩이
천연 수족관으로 모셔두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살림망을 가져 갔지만 굳이 필요치 않은 것 같아서
갯바위 바닷물이 고인 웅덩이에 넣어 두니
살려서 가지고 갈 요량으로...

다시 낚시에 열중했지만
재방을 허용하지 않았고
씨알 굵은 전갱이만 바늘을 달고 계속 탈탈 거렸다.

그런데 낚시 하면서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곤했다.
뭔가 나를 째려보고 있는 것,
그것은 살이 오른 날렵한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내가 온 것을 알고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난, 무슨 나쁜 짓을 하려다가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랄 수 밖에...
물웅덩이는 그렇게 깊지가 않아서 감성돔이 유영할 때면
등지느러미가 물위로 나왔고
이따금 배를 허옇게 드러내 놓고서 철벅거리기도 했었다.
놈은, 그 고양이는 전갱이는 거들떠 보질 않고
감성돔을 노리고 있었던 것,
몇번 기회를 틈타 물웅덩이까지 접근했지만 그때마다 호통을 쳐 놈을 내달리게 만들었다.
그게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잠깐 도망가늩 척을 했던 고양이는 바위 절벽틈에서
기회를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신경전이 시작되어서 낚시가 제대로 잘 될 턱이 없었다.
놈은 소리없이 다가왔고
나와 눈이 마주치면 도망치듯 하다가는 돌아보고는 묘한 표정을 짓고서
날 다 꿰뚫고 있다는 듯이 바라보곤 하였다.

어느덧 철수 시간,
이제 채비를 걷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
4시가 철수 시간이어서 3시 30분에 낚시를 일단 마쳤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놈, 그 고양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물 웅덩이에는 귀한 감성돔이 활발하게 유영하고 있었고
이제 밑밥통을 씻고 바닷물을 적당하게 담아서
감성돔만 담으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 밑밥통을 먼저 씻어서 감성돔을 살려 놓을까 하다가
아니지,
낚시대부터 챙기고 주변을 정리하고
가방에 물건을 챙기고...
가방은 물웅덩이에서 조금 돌아서 있었다.
한 일이분 되었을까?

뭔가 기분이 묘했다.
고양이가 날 보고 있을 것 같아서 둘러본 순간,
어느새 고양이는 그 짧은 순간, 마지막 찬스를 놏치지 않고서
(내가 일순간 경계를 풀고 가방을 싸는 그 순간)
물웅덩이에 입을 대고 지느러미가 올라온 순간 물고 냅다
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 어, 야, 야, 고기 거기 놔! 놔라!
한순간 어이가 없었다.
위로 달려 바위를 차고 오르던 놈은 고기를 문 채로 나를 힐끔 돌아다 보는 것이 아닌가?
약이 올라서 나도 바위로 올랐지만
역부족이었다.
놈은 나 보다도 한 수 위였다.
놈은 하루종일 낚시하는 날 내내 지켜보고 있었고
오직 물웅덩이에 노는 감성돔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소리치며 바위로 오르는 걸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낚시하던 사람은
날 정신나간 놈이라고 했을 것이 분명했다.
낚시 잘 하고 갑자기 허공에 대고 소리소리 지르면서
미친듯이 바위로 올랐으니.....

오늘,
낚시하면서 난 새로운 걸 배웠다.
감성돔 낚시,
고기가 바늘에 물었다. 릴링한다,
아직 내고기가 아니다.
뜰채에 들어갔어도 아직은,
살림망에 넣다가도 방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 않은 가?
가덕도엔 고양이가 있다.
마지막 한순간 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마시라고
가덕가는 낚시인에게 충고하고 싶다.
마지막 배를 타고 철수할 때 까지는
잡은 고기는 내 고기가 아니라는 것....

돌아와서 생각하니
생각하면 할수록 약이 오른다.
동료에겐 감성돔 살려서 가니 대기하라고 해놓고
빈 손이니
난 그날 완전 거짓말 장이로 낙인 찍히고
고양이에게도 놀림감이 되고

낚시 좀 했다고 했으나
이거 부끄러워서 어디 가서 말 할 수도 없고......

거두 절미하고,
조금 장문이어서 죄송하네요.
좋은 봄 날,
꽃처럼 화사한 날 되시고
건강하게 안녕히 ....

정든유곽

2010-04-11 09:02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햐 고놈의 고양이 끈기와 집념이 대단합니다..
고놈을 낚시 가르치면 금방 고수가 되겠습니다..^^

가덕도에는 온갖 야생동물이 많은데...
갯바위 뭉웅덩이에 고기 놓아두면
가끔 공중습격도 당합니다..
갈매기나 까마귀 등등....


백두대간	야옹이 한테 두손 들었습니다. 사람을 갖고 놉니다. 좋은 시간 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4/12 08:48

가을이아빠

2010-04-11 11:10

고양이가 얼마나 크길래 40센치 고기를 물고 도망갈까요?

일반 고양이는 아닌것 같군요. 그 놈이 먹어치운 고기가

어마어마한 양일꺼라 추측됩니다~~

조행기 잘 봤습니다~


백두대간	물고 바위로 오르다 고기를 입에 문 채로 돌아다 보면서 약을 올리는 것을 보니 더욱 열이 났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젠 낚시 가면 고기의 안전에 더욱 보안을 철저하게 할 생각입니다.	4/12 08:50

딜로

2010-04-11 19:41

쪼맨한 호랑이가 덤볐군요...
어딜가나 길잃은 고양이가 피곤하게 하는군요
백두대간님의 조행기 잘보고 저도 조심하고 싶지만...... 잡아야 조심을 하지.....


백두대간	감성돔은 갯바위 근처에서 먹이 활동을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단 저수온으로 인해서.... 하지만 먹지 않고는 살 수 없기에... 건강하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4/12 08:52

덜렁이의하루

2010-04-12 02:25

절대공감^^*
전 바늘에 걸려오는 고기를 고양이가 물고
직벽으로 올라가 낚시대가 부러지는 일도
있었지요,,,가덕 등대밑 고양이는 무서버....


백두대간	정말 재밌네요, 님의 댓글 보고 얼마나 웃었던지.... 비오는 월요일, 좋은 한주가 되시고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4/12 08:53

루어황 2010-04-12 10:46	고양이도 노하우가 쌓였을 겁니다. 조심하세요..ㅋㅋ

억새님 2010-04-12 17:08	가덕도 고양이... 유명하죠. 나도 몇 년 전쯤 가덕도 끝바리 기지 밑에서 야간 밤낚시(갈치)를 하고 있던 중 갈치를 잡아 들어올리는 순간 갈치를 손으로 못잡고 갯바위 뒤로 가는 순간 바로 고양이가 점프하면서 갈치를 물고 가는 순간 낚시대를 뺏길 뻔 한적도 있었습니다.

카사블랑카 2010-04-12 22:47	몇주전에 가덕도 종태바위에서 낚시할 때 그 고양이가 분명이 뭔가 큰일을 낼 놈인 것 앝았는데 드디어 님의 감성돔을 낚아 챘군요 사진도 찍어 왔는데 그놈이 틀림없을 겁니다 그 날도 옆의 낚시꾼이 메가리 옆에 놔두니 바로 물고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