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과 숭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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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과 숭어회...

	2011-08-06 (토) 23:19 작성자 : 천사대장 ( micere )
	에세이
	추천: 0 조회: 7694

IP: 211.xxx.133

장모님과 숭어회...

어제는 장인어른의 제사였습니다.
홀로 사시는 장모님댁에 안산에 사는 막내 처남이 제사드리려 내려오고,
당감동 사는 처형내외와 몸이 아파 치료중인 큰처남네 가족들.. 그리고 제 아내와 저 이렇게 모여서
장인어른의 부산에서의 마지막 제사를 드렸습니다.
이제 경기도에 사는 처남들이 제사를 가지고 가겠다네요. 매번 제사때문에 내려오기 너무 힘들고
오자마자 갈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라서...........

오랫만에 만난 가족들은 제사 후 식사와 음복을 하면서 정담을 나누는데 민물낚시를 조금 즐기는
막내 처남이 제게 묻습니다. "형님 요즘은 낙시 좀 다니십니까"
저는 가끔 고등어나 잡으러 다닌다고 ....그리고 전날 휴가 마지막날에 다이아몬드 형님과 함께
모지포에서 숭어잡이 햇던 이야기를 둘려주었습니다.

그러자 동서형님은 고등어 매가리 낚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처형은 고등어 묵은지 넣고 찌져먹으면
아주 맛있겠다고 부러워하고....처남도 숭어 잡았다는 이야기에 부러워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얘기를 듣고있던 장모님이 심술스런 한마디를 던지십니다..ㅋㅋㅋ
"씰데없는 소리 하지마라.. 맨날 천날 낚시만 다니고 어~ 낚시한지 벌써 6~7년이 다 되었는데
니가 언제 고기 한마리 갖다 준적이 있나? 망구 씰데없다 .."
일순간 정적이 흐르고....
전부 쓴웃음을 지으며 제 아내가 저 대신 번명을 합니다...
"아이고..엄마 무슨 낚시를 한지 6~7넌이고...인자 2년 좀 지났구만..그라고 낚시 가면 고기가 항상 잡히나 ? 어쩌다가 잡히지.."
"아~ 그라믄 자랑는 말라꼬 하노? 한마리 무라꼬 가따주지도 안하믄서..."

사실 바다낚시 시작한지는 어언 3년정도 되었지만,
다 아시다 시피 천재적인 실력이 있거나 타고난 어복이 없으면 갈때마다 고기를 잡아서
나눠주기까진 힘들죠. 더군다나 저는 낚시대 달랑 하나들고 밑밥도 없이 방파제 낚시만 하는데 말이죠...
간혹 밑밥을 써도 크릴 1~2개에 파우더 한봉 씁니다 .

그렇지만 반성도 되고 미안하더군요 딸애들에게 숭어랑 감시랑 농어랑 잡아서 먹였지만.
장모님께 한번도 안 드린것은 맞으니까요. 많이 잡으면 나누어 드렸겠지만 항상 한마리
잘하면 두세마리..... 그래서 눈앞에 있는 내새끼 먹이느라 장모님 챙겨드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오늘 병원에서 두달에 한 번하는 정기검진을 받고 출동하기로 했습니다.
숭어가 있는 모지포로....날씨는 흐렸지만. 덥지않아서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러데 비가온다네요...12시부터 3시까지....낚시대를 들었다 놨다 30분 정도 고민하다가
결국 비오면 맞지...하는 맘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모지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쯤...
벵에잡이 하시는 분들이 너덧명 보이고 딱 낚시하기 좋은 정도의 파도와 조류가 있습니다.
처음 생각은 막대찌에 카드채비해서 장타치고 끌어 잡으리라 했지만,
아직도 찌낚시 배우는 중이고 찌낚시가 재미있어서 1호대, 2,5호 원줄에 제로구멍찌, 찌스토퍼,
목줄 1,2호 2미터 직결, 2G 목줄찌달고 목줄찌 1미터 아래 감성돔 1호바늘 그리고
목줄찌와 바늘 중간지점에 3G 고무봉돌 하나 물려서 채비했습니다.

숭어를 꼭 잡으리라 다짐하며 뜰채도 미리 준비하고, 잘 안쓰는 밑밥도 크릴하나에 감성돔
파우더 하나 두레박에다 섞어 담았습니다.
그리고 낚시 시작하니 역시 멸치만한 매가리 치어들이 구름처럼 모여듭니다.
발앞에 치어를 불러모아놓고 조금멀리 던져보지만 바늘에 치어만 올라옵니다..
한시간 정도 낚시 하는 동안 옆에서 뱅에낚시 하시는 분들 하나 둘 떠나시고, 새로 오시는
분도 한 두분 있고....바다에는 알 수없는 고기떼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다니고,
갈매기는 그 고기떼를 따라 날개짓을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즐기는 낚시는 오늘은 아니었습니다.
장모님께 고기를 가져다 드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더위에 헉헉거리며 채비를 던지고
거두고 열심히 낚시했습니다.
밑밥을 향해 구름처럼 모여드는 매가리치어를 피해 채비를 살살 끄는 순간 무언가 강하게
잡아 당기는 힘을 느끼고 가벼운 챔질과 동시에 릴을 감습니다.

중치급 고등어 정도의 무게감을 느끼며 감아들이는데 점점 강한 반발이 전해집니다.
가까이 끌려오는 놈을 보니 50정도의 숭어입니다.
"오 숭어다....아저씨 뜰채 좀 부탁합니다~"
조금 전에 옆에서 채비를 시작하신 조사님께 다짜고짜 뜰채질을 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 분은 서슴없이 내려오셔서 뜰채를 대주시고, 약간의 연질인 제 낚시대는 숭어의 힘을
감당하느라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뜰채질을 어렵게 합니다만, 두사람의 협공으로 무사히
뜰채에 고기는 담기고, 휴~ 한숨과 함께 일단 여유를 가집니다 어째든 숭어 한마리면
혼자 드실 양은 되니까......

고마운 마음에 옆조사님 채비앞에 밑밥 좀 뿌려드리고 잠시 후 두어번 입질을 받으시더니
큰씨알의 매가릴 하나 올리십니다. 전 씨알좋은 고등어 올려서 바늘빼기 직전에 자동방생
그러다 너울에 밑밥통으로 쓰던 두레박이 휩쓸려 테트라 사이로 사라지고...
허둥지둥 태트라 밑으로 기어들어가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가며 고생고생하면서 두레박과
주걱을 건져냈습니다 둘 다 얼마전에 새로 산 물건들이고 제겐 하나씩 밖에 없는 물건들이라...

한바탕 난리를 치고나니 지치기도하고 기운이 빠져서 ...거기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밑밥도
다 잃어버리고....정리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뜰채질해주신 조사님께 인사드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니 드러눕고 싶은 생각뿐...
그래도 고기 신선할때 드리려고 피빼고 포떠서 전화했더니 안받으시네요....ㅠㅠ

일단 먹기좋게 썰어서 담으니 혼자 드시기엔 충분한 양인데.....
쫄깃한 맛이 없고 터벅합니다. 살림망속에서 파도에 시달리고 테트라에 부딪히면서 엄청나게
고생을 하다 죽어서 그런가봅니다 미안하다 숭어야.....고생하기 전에 안락사 시켜줄걸...

예쁜 유리그릇에 담아놓고 그제서야 대충씻고 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전화가 오네요....장모님께서 왜 전화했냐고....
그때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와 있던 아내가 숭어회 갖다 드릴려고 전화했다니까 하시는 말씀
"내 생거 먹으믄 배아푸다...고마 나뚜라...'~헐~
집사람 말합니다.
잘됐다....이제 고기 잡아서 가지고 오라고 안하실거다.....

결국 터벅하고 맛없는 숭어회는 저녁 8시경에 돌아온 큰딸이 저랑 맛있게 먹었습니다.
각시랑 작은딸도 한입씩....
공연히 심술부리신 장모님 덕에 땡볕에 고생하면서 낚시했지만,
바다에 나가서 즐거웠고, 고기잡아 즐거웠고, 딸이 맛있게 먹어줘서 기뻤습니다.

바다만 봐도 좋은 낚시꾼이지만,
그래도 고기가 잡히고 회를 먹으면 더욱 더 즐거운 것 같습니다~
읽어 주신 회원여러분도 즐거운 여름 즐낚,안낚 하시기 바랍니다~!!!

이태공2%

2011-08-09 15:52

'천사대장' 님이 선택한 글 입니다.
오랜만에 천사대장님의 글을 접하네요...오늘 새벽엔 무슨 비가 그렇게 퍼붓더니..이제
햇볕 쨍쨍하네요...따님과도 아직 바다에 나서는지도 궁금하구요...행복의 바다에서 더욱더 즐거운 낚시 오래도록..하시길..바랍니다..저도 이번주는 좋은 님들과의 약속이 있어..바다에 한번 나서 보려 합니다...천사대장님 항상 안낚 즐낚 하시길요... 어복도 충만하시길요...


천사대장	이태공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낚시 잘하고 계시죠~ 저는 요즘도 자주 딸애를 데리고 매가리 사냥을 가곤 합니다. 이제 매가리 낚시는 제법 잘합니다만, 더 이상의 낚시는 배울 의지가 없나 봅니다.ㅎㅎㅎ 그래서 숭어낚시는 딸애와 동행하지 않습니다. 관심 가져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8/9 19:30

고등어도사

2011-08-07 11:06

'천사대장' 님이 선택한 글 입니다.
마음 고생이 심하시군요. 경상도 사람은 말씨가 사람상처 받기 참 좋습니다. 본인들은 무심코 던지는 말이지만 상대방은 힘들어하지요. 본심은 안그런데 온랜 세월이 지나야 이해가되지요. 장모님도 섭섭했는가 봅니다. 다 나이가 들면 심통도 생기나 봅니다. 그래도 숭어를 맛있게 드셨으니 다행이네요. 가정이 늘 행복하세요. 그게 최고입니다.


천사대장	ㅎㅎㅎ 그렇죠...생전에 다정한 말씨 다정한 모습 보여준 적이 거의 없는 저희 장모님....처남들과 처남댁들 자들 무서워 합니다... 나이 드시면서 조금 부드러워 지시긴 했지만 어쩌겠어요 늘 상처받지만 타고난 성품이시고, 다들 이해하려고 애를 쓰면서 지냅니다.	8/7 20:14

꿈에만월척

2011-08-07 13:20

마음 한편이 짠~ 하네요.. 저도 장모님한테 받기만하고 해드린게 없네요 ㅜㅜ
시간은 기다려주질않는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건항하세요..


천사대장	예.....그래서 더운날씨에 숨이 턱턱 막히는 속에서 열심히 낚시했습니다.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마음이 행복하기에............ 건강하세요~!!	8/7 20:16

절개몽돌이

2011-08-07 21:53

저도 장모님이 계십니다만 워낙에 연세가 많으셔서 금년에 92세입니다 건강할실때엔 참 좋았는데 지금은 좀 편찮으셔서 기분이 좀 묘합니다 장모님 사랑 많이 받으세요 조행기 정말 재미있습니다.


천사대장	장모님께서 장수하시는군요...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검사합니다.	8/8 22:44

감새이

2011-08-07 22:50

뭉클한.. 글이네요 ㅎㅎ
더운날씨 고생하셨구 가정에 늘 행운이 함께하세요 ^^
안낚하시구요 ^^


천사대장	감사합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즐거운 낚시 안전한 낚시 하십시오	8/8 22:46

아빠의청춘

2011-08-08 07:59

투박하시지만 재미도 함께 지니신 장모님입니다...


천사대장	ㅎㅎㅎ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처남들 장모님 때문에 늘 기막혀 하죠 ㅎㅎ 와일드 그랜마 이십니다~!ㅋㅋㅋ	8/8 22:47

주디터진5짜

2011-08-08 11:15

저도 10분거리에 처가가 있지만 아직 고기잡아서 갖다드려본적이 없네요
문득 장인어른,장모님이 생각납니다
잘해야겠다는 맘 뿐이네요
좋은글 잘 봤습니다


천사대장	혹시 고기 좋아하신다면 갖다 드리시면 좋겠습니다~ 즐낚하시고, 고기잡아서 갖다 드릴 날이 오기를 빕니다.	8/8 22:48

레인비

2011-08-08 18:08

아.... 이번에 갈치 잡을때 같이 잡혀 올라온 고등어 담에 내려 갈때 냉장고에 꺼내서 장인 장모님에게 드려야 겠네요...


천사대장	그러십시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8/8 22:49

연산동

2011-08-09 00:41

조행기 잘 읽었습니다.
혹 장모님께서 갈치 좋아 하시면 이번주 토요일 밤 구평방파제 갈예정인데 쪽지 한번 주세요


천사대장	ㅎㅎㅎ 감사합니다. 고마우신 그 마음만 기꺼이 받겠습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낚시 갈치 대박하시기 바랍니다~!!	8/9 19:25

위풍당당

2011-08-09 00:49

재미난 글 잘 보았습니다.

근데 우리처갓집은 생선을 별 안좋아하셔서 매번 냉동실로

직행해서 본가에 갖다드리곤 합니다.


천사대장	나누어 드리 수 있을만큼 많이 잡으실 수 있으니 좋겠습니다. 전 항상 한두마리....매가리 정도면 30마리 정도 잡아 봤지만... 즐낚하세요~!!	8/9 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