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라는 행위를 즐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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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라는 행위를 즐기면서

	2011-06-11 (토) 18:34 작성자 : 수요일 ( nonsul )
	조행기
	추천: 0 조회: 6267

IP: 175.xxx.153

낚시라는 행위를 즐기면서

오랜만에 부낚에 접속을 했더니,
저의 정보란에 포인트 점수가 9천점이 넘어 있네요.
거~참. 쑥스럽습니다.

이 시대의 한 남자로 태어나,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한 직장의 대표로서
열심히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왜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 일들만 나날이 계속되는지.

인간은 미래를 꿈꿀 수 있어서 행복하건만,
내일이면 좀 나아지겠지, 다음달이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참고 견뎌온 지난 8개월이었습니다.

지쳤습니다.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야 하겠지만
돈에 지치고, 사람에 치입니다.

이럴 때 다들 아시죠? 방법은 하나.

낚싯대를 챙깁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맡아보는 밑밥 냄새.
맛있는(?) 비린내 가득한 나의 취미. - 낚시.
그래서인지 집사람으로부터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나의 취미. - 낚시.

그래도, 낚시하는 순간만큼은 세상사 잊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낚시하는 순간만큼은 나는 더 이상 가장도 아니고 한 직장의 대표도 아니고
내가 가진 모든 페르소나를 다 벗어 팽개치고
원시 본연한 자태,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바다 앞에 설 수 있어 좋습니다.

정신건강에 있어서만큼은 최고의 레포츠라고 자찬하는 나의 취미. - 낚시.

2011년 5월 25일 새벽 01시 20분.
다대포 낫개로 향합니다.
부산 근교에 부담없는 낚시터로는 이 외에 또 어디 있을까요?

승선명부에 이름을 적고,
나무섬으로 향합니다.

새삼 깨닫지만, 우리네 낚시꾼들 참 부지런합니다.
세상의 대부분 사람들이 아직 잠들어 있는 이 깊은 새벽에
부스스하고 초췌한 몰골로 멋쩍게 서로를 마주합니다.

쏜살같이 달려온 나무섬 본섬.
나잇살과 함께 비례해온 나의 체중때문에
갯바위의 한걸음 한걸음이 무척이나 둔탁합니다.

더 이상 살쪄서는 안 되는데,
나의 하체가 감당할 수 없는 상체의 부피.
내 발바닥이 감당하기 힘든 내 삶의 체중.
그래서 19문 반의 신발이 필요한 것일까요?

245센티의 발 사이즈가 견뎌내기엔
마흔 아홉의 내 삶의 체중이 힘겹기만 합니다.

밑창 다 닳아버린 칠판 지우개 같은 내 인생의 밑창.

엉거주춤한 자세로 채비를 하고,
오랜만에 바다에 대를 담가 봅니다.

전자찌의 독무(獨舞)
컴컴한 바다를 홀로 비추고 다니는 저 녀석.
독불장군인지, 군계일학인지
낚시꾼의 눈에는 아름답게만 보입니다.

새벽 4시부터 아침 9시 정도까지.
낚시한 시간입니다.
5시간 정도의 시간을 갯바위와 한몸뚱아리가 되어
노닐 수 있었습니다.

저의 대상어는 참돔이었습니다.
5월쯤 되면 나무섬에 참돔의 얼굴이 보이기 때문이지요.

상사리를 기대하고 갔었는데
그래도 괜찮은 녀석의 얼굴을 볼 수는 있었습니다

물고기란 녀석.
내 낚싯대에 물려주면 고맙고, 아니어도 관계없는.
사랑스러운 녀석입니다.

저는 낚시할 때마다 십중팔구는 꽝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고기를 낚지 못해도 아쉬움이 없고,
고기를 품에 안아도 크게 뿌듯하지가 않습니다.

감성돔, 돌돔, 벵에돔, 참돔보다도

이 녀석이 더 고마웠습니다.
물론 이 녀석은 그날 저녁 밥상에서 냠냠했습니다.

요즘 들어 고등어가 무척 그립습니다.
작년에도 집에 들고갈 만한 고등어를 만나지 못했는데,
어딜 가야 고등어 얼굴을 만날 수 있을런지.

고등어야, 보고싶다^
어서 어서 나의 이 그리움을 달래주렴?
맛있게 먹어줄게. 이리 온?

그날의 조과입니다.

여름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름이 되면, 낚시 짐이 많아집니다.

갑작스런 기상도 대비해야 하고
쿨러도 챙겨야 하고, 해충 대비도 해야 하고.....
올해는 파라솔 하나 장만해 볼 생각도 해 봅니다.

고기 잡으러 떠나는 낚시 행위가 아닌,
내 삶의 체중을 바다에 훌훌 던져 버리는 그런 여름 낚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파라솔 아래 그늘 만들어
갯바위에서 한숨 늘어지게 자고 싶습니다.

가지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
언제쯤 그 무욕(無慾)의 낚시를 즐길 수 있을런지.

이번 주말이 지나고
다음 수요일에, 또 한번 낚시도구를 챙길 것 같습니다.

부스스한 표정으로 꾼들과 멋쩍게 눈짓을 교환하고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갯바위에서
마흔 아홉의 제 체중을 하루쯤 내려둘 것 같습니다.

도보약주

2011-06-11 19:30

'수요일' 님이 선택한 글 입니다.
진정이 찡하게 묻어나는 독백같은 읊조림 같습니다.
어떻게 낚시라는 행위를 그렇게 잘 묘사하는지요?
정말 제대로 된 낚시를 해 온 분 같습니다!
옛적에 가끔 보았던 닉 같은데 저홀로 마냥 반갑네요~~~
문득, 낚시철학이란 생소한 낱말이 뇌리를 스칩니다!
근간에 보지 못했던 보배같은 글, 감동받고 이렇게 몇 자 올리면서......
여름철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수요일	도보약주님의 댓글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거듭 감사합니다.	6/16 15:04

손맛으로

2011-06-13 14:04

'수요일' 님이 선택한 글 입니다.
형님 건강하시죠..
너무나 오랫만에
부낚에서 안부인사 여쭙니다..꾸벅~
비번을 까묵어서 이리저리 헤매고 ㅎㅎ
저도 저번달 하던거 정리하고
지금 휴식기?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라
마음정리도 안되고..
저의 인생에도 0찌의 채비 안착처럼
여유로운 행보가 그리운데요
다시 소일거리 찾아봐야겟습니다
한달동안 낚시 다니면서
문득 형님 생각도 많이 낫습니다
어떻게 지내실까 ...
제가 항시 말은 없어도 마음만은 ..ㅎㅎ
뵐때까지 건강하십시요 ^^*

추신: 아아~ 바다미녀는 남자를 알아보나 봅니다 부럽습니다 ㅎㅎ
저한테는 짝퉁 혹돔만 ㅠㅠ ...


수요일	요즘 휴식기간인 모양입니다. 부낚에 글을 올리고 집안에 갑작스런 일이 생기는 바람에 낚시를 못가고 있습니다. 마무리 되면 언제 손맛으로님과 동행한번 하입시다^ 마음정리 어서 하시기 바랍니다.	6/16 15:06

범돔낚는날

2011-06-14 13:22

'수요일' 님이 선택한 글 입니다.
정말 글이 좋습니다..... 길지만 읽다보니 정말 짧을정도로 잘 읽었습니다...


수요일	감사합니다. 범돔님. 범돔. 참 아름답지요? 저도 범돔이 낚이면 그날 무척 기분이 좋답니다.^ 낚시를 하시면서, 항상 즐거우시길 빕니다.	6/16 15:07

-해적-

2011-06-15 11:57

바다가에 가서 아~ 좋네~ 이런기분의 글귀..
너무좋읍니다. 글을 읽으면서 무슨음악이 나왔는지도
모를지경... 감동입니다.. 여름 건강히 잘보내십시요...


수요일	감사합니다. 해적님. 글과 함께 멋진 배경음악도 선물해 드려야 하는데 웬만한 것은 저작권과 관련될 듯해서 가급적 음악은 깔지 않는답니다. 직장에서 글 읽으시는 분들, 갑작스런 음악에 당황해 할지도 모르고^ 해적님의 댓글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6/16 15:09

아빠의청춘

2011-06-15 18:47

生의 멍에를 낚시라는 행위를 통해 덜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곘어요~~~


수요일	낚시를 통해 모든 것이 다 덜어낼 수는 없겠지만, 삶의 활력은 되리라 믿습니다. 아빠의 청춘님^ 파이팅하시고 항상 건강한 낚시 즐기시길 빕니다.	6/16 15:10

좌측통행

2011-06-16 17:56

수요일님 글은 부낚 말고 타포탈사이트에서 종종 보고 있습니다.

언제 한번 수요일에, 낫개 배타는 곳에서 한번 뵐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수요일	좌측통행님 반갑네요. 침대에 드러누워 모바일로 부낚에 로긴하여 혹시 싶어 옛글 검색해보니 님의 발자취가 여기에 떨어져 있군요. 쪽글이 너무 늦은게 아닌지? 가을이 깊었는데도 이렇다할 출조나 조황을 못거두고 있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10/20 21:50

김해킹왕짱초

2011-07-11 16:47

멋진 글입니다...잘읽었습니다...회사서 일하다가 잠깐봐야지 하다가 집중해버렸군여 ㅎㅎ


수요일	감사합니다. 요즘 글쓰기도, 부낚접속도,,, 모든게 게으름 그자체라 이제서야 님의 글에 속글 답니다. 제 글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0/20 21:52

고등어도사

2011-08-23 05:40

포인트가 9000점. 얼마나 많은 낚시와 컴퓨터와 함께 살았으면 저런 위대한 점수가 나올 수 있을까하는 경의를 표해봅니다. 아직 기본 점수도 못채워 토닥거리며 잠못이루는 밤을 헤메고 있는데, 재미있는 글 함께해봅니다. 즐낚하세요.


수요일	이만 일로 경이롭다니요? 고등어도사님께서도 부낚활동을 열심히 하셨으면 지금쯤 포인트가 꽤 되었겠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10/20 21:56

파라솔 2012-02-28 02:28	인생은 기다림 ~ 낚시도 기다림 ~기다림 속에 만나지는 인연들~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