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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낚시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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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낚시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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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7 (일) 18:09
작성자 : 강나루
( fish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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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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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조회: 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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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75.xxx.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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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낚시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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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두 살이었던 여름날.
그때 난 태어난 후 처음으로 아버지를 따라 영덕 강구 어판장 부두에서 은어낚시를 했다. 조그만 내 손을 꽉 채우던 꽁치만한 은어를 아버지는 반나절 동안에 무려 열 마리나 낚으셨다. 나는 겨우 세 마리를 낚았지만 어찌나 재미가 있었던지 이튿날도 홀로 낚싯대를 메고 강구행 버스를 탔다.
대낚시로 손톱만한 바늘에 고등어 살점을 끼운 허술한 채비를 했다. 이미 부두에는 댓 사람 정도 낚시를 하고 있었고 그 사이를 염치도 없이 비집고 앉았다. 혼자라서 그런지 그날은 전혀 낚지를 못했고 옆 사람과 줄이 엉겨 그걸 푸느라고 진땀만을 흘리고 있었다.
출발할 때 아버지께선 왕복 차비를 쥐어 주시며, 어제 했듯이만 하면 제법 낚을 거라며 은근히 아들의 조과를 기대하셨다. 어린 마음에도 그게 걸려 채비는 소홀히 한 채 서둘러 낚싯대만 휘둘렀으리라.
해거름이 다 되니, 슬슬 걱정도 되고 원래 나서길 좋아하는 내 성격에 체면 또한 말이 아니었다. 채비를 거두고 축 쳐진 채 부두를 돌아 나왔다.
마침 오징어 파시가 시작된 부두는 부산스러웠고 어판장 모퉁이에는 아지매 좌판이 들어서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좌판엔 내가 한 마리도 못 낚은 은어가 어여쁘게도 오징어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흥정은 했는지 몰라도, 어쨌거나 귀갓길 조황은 넉넉했고 신이 났다. 덩달아 짚줄에 꿴 여나므 마리의 은어도 망태기에서 춤을 추었다. 대신 읍내까지 물집이 생기도록 걸어야 했지만 휘파람은 저절로 나왔다.
신작로에서 기다리시던 아버지는 대견스러운 듯 망태기를 들어 보셨다. 그리고 이내 빙그레 웃으셨다.
그 의미를 알기까지는 십수 년이 걸렸다. 망태기는 어디에다 쓰려고 낚은 고기를 꿰미로 엮었는가!
물집 잡힌 아들의 발을 보시며 어린 체면과 자존심을 읽으신 그때의 젊은 내 아버지.
***강나루/2007. 봄
[리뷰]
손에 닿을듯 한 그 시절은 이미 40년이나 지났다. 그날 이후 처음으로 영덕 오십천 은어를 낚으며 세월이 꼭지만 남은 곶감 같아, 야속한 땡볕 들숨에 해거름 한숨을 보태지만 강물은 무심하기만 했다.
세월을 비켜 간 사람들이 세월을 잃은 은어의 앙탈 때문에 뒤늦게 철이 든 탓으로 객사는 면했다.
귀향,
coming home.
청태만 먹으며 돌아오는 여정길.
무엇 하러 갔다 왔는지 모르는 게 인생인데, 은어는 그들의 일생을 안다. 본능이 우주라는 것을. 모든 것은 제 자리를 찾으려 한다는 것을. 균형의 원리를 우주가 가르쳐 준다는 것을. 우주는 인간을 생략할 수 있지만 세상의 한 부분을 역류시킨 인간 때문에 유예시킴을 본다. 그 인식의 오만함을 누가 말릴까!
그러나 중용을 남겨 보면 균형이 주는 소중한 선물이 있다.
40년이 지난 오늘도 아버지의 추억을 알려 주듯이, 그날의 수박향을 풍겨주는 은어의 짝사랑을 앎이다.
***by Deili.강나루/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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