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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파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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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3 (월) 12:26
작성자 : 등대
( hjkim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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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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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조회: 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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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19.xxx.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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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파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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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란 파도가 넘실거리는 갯바위 가장자리에서만 할 수 있는 도락은
아닐 것이다. 그 짠지처럼 갯냄새로 저려진 선착장을 벗어나는 순간에
도 결코 낚시는 끝나지 안 했다고 진성이는 생각했다. 물론 그는 잘
알고 있다. 그게 자신만의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그렇다고 3시간 만에
받은 입질을 얼굴 한번 못 보고 터뜨려버린, 그 짜릿한 순간을 애써 기
억에서 지워야한다는 일말의 고통 따위는 그에게 있어 찾아 볼 수 없었
다. 빈 살림망 그리고 그만큼 가벼운 빈 쿨백. 하지만 그는 뭘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따위의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억측도 별 관심이 없었다.
다만 조류를 보았고, 그 조류에 밑밥을 던져서 미리 계산 된 지점으로
채비를 흘려주었다. 그리고 그가 정말로 원했던 입질을 받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번 구인사 방생법회 일정이 잡혔는데, 왜 진성씨는 저렇게 낚시만
다니는 거야? 늘 한 마리도 못 잡아 오면서...’
여자들이란 어떤 말이 남자들 가슴에 못 박는 말인지 구분을 잘 못한다.
대충 정리를 해놓고 샤워실로 들어가는 진성이 뒤통수에 대놓고 민정이
엄마는 그렇게 못 박는 소리를 했다. 여자들 말은 왜 그토록 유별스럽게
잘 들리는 것인지, 특히 빈정대는 소리나 험담은 더 잘 드리는 법이다.
따로 취미를 가져서 맞불작전으로 나가야 한다고, 그 여자는 집사람에게
두 번째 단계로 충동질할 것도 진성이는 잘 알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아랫
도리의 구슬을 내보이는 한이 있더라도, 한걸음에 뛰쳐나가 당장 호통을
치고 싶은 마음이 매번 있었지만, 그는 낚시를 위해서 참기로, 아니 참
아야 한다고 홀로 절절하게 다짐을 하곤 했었다.
‘아... 김탁구고 박탁구고 방에 들어가서 봐요. 그 지루한 선전 끝나고 이제
막 바다낚시교실 방송이 나오려는데, 우예 여기서 그라닝교?’
‘쪼매 큰 화면으로 볼라칸다 아닝교... 남이 잡는 거 봐서 모하려고 늘 그라
는지 모르겠네요.’
드라마에 호들갑스런 여자를 이해할 수 없듯, 낚시에 관심 없는 여자들 낚
시에 몰두하고 있는 남자 이해 못하는 것은 피장파장. 하지만 진성이는 집
사람이 그다지 밉지만은 않다. 전산학원을 하면서 많은 손해를 봤고, 가든
식당으로 얼마간 빚도 지고 있지만, 그녀는 낚시 자체를 그렇게 반대하진
안 했다. 그저 절에 열심히 다니는 것으로, 그의 출조의 안전과 살생의 허
물을 쓸어 내 주었을 뿐이었다.
세상에는 사람에 따라 그 즐거움이 각기 다르겠으나, 어떤 즐거움이던 그게
자신의 정성으로 시작 된 즐거움이라면, 그건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닐 것이다.
진성이는 어쩌다 쉬는 날이면, 거실에서 낚시장비들을 꺼내놓고 이렇듯 낚시
방송을 보며, 다음 번 출조 준비를 하는 것 또한 낚시만큼 즐거운 일
같이 느껴졌다. 낚시란 정성으로 시작해서 정성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그 나름대로 지침을 세웠는데, 그는 철저하게 그 지침에 따르는 것.
‘이번 주말에 번영회에서 부부동반 산행을 한다카는데, 당신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예?’
‘부부동반 산행이라카모...’
여름이 끝나가는 시점에 이르면 비록 풍성한 가을이 앞에 있다손 치더라도
왠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든다. 텅비어버린 해변과 추억으로 스며들고
있는 흔적들... 그리고 분위기랍시고 들려주는 ‘지난 여름날의 추억’ 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진성이는 문득 그 옛날 학창시절 포항 송도 해수욕
장에서의 시절이 떠올랐다. 참으로 아련한 추억들이 아닌가. 해수욕장 입구
기상대 잔디밭 그리고 어설픈 기타소리. 그 철없던 시절은 과연 어디 쯤 흘
러 간 것인지...
‘하모예... 참석 안 하모 어디 벌금 뿐이겠능교... 안 그래도 안 회장이 이번엔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이 참석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합디더.’
‘어디 보자.... 주말이라카이 쪼매 걸리긴 한데, 우야든동 가는 쪽으로 해보입시더’
여자들은 단순하다. 그리고 추억 따위에 그다지 몰입하는 일도 없는 모양인 것
같다. 한참 추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단숨에 깨워놓더니, 그런 아주 간
단한 일에도 그저 그렇게 좋아하고 있다니... 진성이는 싱글벙글하면서 주방을
왔다갔다하는 집사람을 보며, 앞으론 낚시도 중요하지만, 가급적 집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도 좀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영회 상인엽합회 청년회 그리고 자율방범회 및 반공연맹회. 지역사회를 거느리는
단체들이 참으로 많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층을 달리하는 동창회 그리고 향우회
와 종친회 거기에다 취미가 같은 동호회 등등.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긴 하다
만, 갯바위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 험난(?)한 과정을 뚫지 않고 온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거기에 집안 대소사며 온갖 행사들까지 다 합치면 그야말로 낙타가
본 바늘구멍 같이 좁디좁은 숱한 관문을 통과해야만 비로서 갯바위에 설 수 있다.
오르지 그 짧은 손맛 한 번 때문에... 그런 낚시꾼들을 보면 낚시업을 하는 사람들
은 눈물로 꾼들을 반겨도 그 다함이 모자랄 것이다.
‘행님~! 저녁에 시간 나닝교?’
‘등기 문제로 법원에 잠시 가봐야 하나, 오늘은 일이 있어 6시 쯤 사무실에서
나올 끼다, 그란데 와그라는데?’
전기사업을 하는 신 사장. 그는 단지 진성이와는 술친구에 불과하다. 어쩌다
술이 과해서 단란주점이나 실내 포장센타 같은 곳에 가면, 조금 짓궂게 놀긴
해도, 그는 줄곧 진성이와 막역한 사이를 유지해왔다. 다만 그들은 술 이외는
그다지 공통 된 부분이 없다는 것. 따라서 그들이 만나는 장소는 늘 술집이다.
‘좌사리 아닝교? 행님....’
하마터면 진성이는 손에 든 안경을 놓칠 뻔 했다. 술 이외는 그다지 주고받을
말도 없었던, 그에게서 난데없이 좌사리도라는 말이 나오다니,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진성이가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상하게 자신의 주변에는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그게 늘 그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왜 낚시를 다녀야
하는지, 그 이유를 따져 묻는 경우가 많았다.
‘알긴 안다만,,, 그래~! 그게 왜 신 사장 입에서 나오지?’
‘참~ 행님도.... 나라고 어디 낚시 못 배우란 법 있능교?’
딴은 그렇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신 사장 거래처 사람
중에 낚시를 유별스럽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요는 그 사람과 어찌 좀 가
까워 지고 싶다는 것. 그러니까 결국 낚시 ‘낚’ 자도 모르는 사람이 이른바
멀쩡한 낚시꾼을 잡겠다는 말이었다.
‘그 사람이 그카는데, 지금 좌사리 그짜에서 여름 괴기가 얼반 지긴다 하디더,
이번 주말에 드가자고 하는데, 행님요. 쫌 도와주소’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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