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들이 갯바위 인어 맛을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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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부산등대 ( ) joyfishing@hanmail.net
작 성 일	2005-12-12 (월)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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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들이 갯바위 인어 맛을 알어?

세월이란 참으로 덧없이 흘러간다. 따뜻한 아지랑이 봄날이 엊그제 같았는데
시절은 벌써 폭설이며 살을 에는 듯 한 추위를 몰고 연말을 항해 치닫고 있다.
시간이라는 물결에 한 번 휩쓸리기만 하면 도대체 무엇 하나 변변하게 매놓을
수도 없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추억만큼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세월에 휘둘려 정신없이 변해가도
추억은 언제나 그곳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그러기에 옛일이 그리워지면 그때의
추억을 들춰보면 된다. 그러면 옛날의 일들이 고스란히 그곳에 남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일전에 삼천포에서 괴이한 광경을 봤다며
우스갯소릴 했다. 그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난 20여 전 추억 하나가 불현듯 왼쪽
뒤통수 정확히 23번 자리 뇌를 꼬집고 지나갔다. 그래서 이렇게 그때의 추억을
들춰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80년대 초중반 때의 일이다. 그때는 개인출조 보다는 낚시점을 통한 단체
출조가 많았었다. 그러기에 주말 늦은 밤만 되면 낚시점 앞은 그야말로 야전군 집합소
같이 되곤 했었다. 지금은 그래도 낚시꾼들의 옷차림새가 번듯해져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
눈에도 멋있게 보인다고 하지만, 그때는 그렇지 못했었다. 특히 모진 북서풍이 몰아치는
겨울이 되면 당시 낚시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손에 잡히는 데로 두툼한 옷, 이를테면 솜이
가득 든 잠바는 물론이고 오리털파카며 우주복 같이 위아래가 하나로 연결된 스펀지 바지
(용변 볼 때 엄청 곤욕임) 등을 꿰입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했었다.

난데없이 그런 차림으로 사오십 명이 그 깊은 밤(그때는 밤 11시에 보통 출발했음) 낚시
점 앞 길거리에서 서성거리고 있는지라 지나가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힐끗힐끗 뒤
돌아보곤 했었다. 물론 낚시점에 소속된 정회원(낚시점이 포함된 낚시회 회원)들이 많긴
했으나 일일회원이다 해서 낚시점의 모집광고를 보고 찾아온 낚시꾼들도 상당히 많았었다.
지금 낚시점들은 그 시절을 봄날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겨울 주말(연후로 이틀 낚시였음). 그날도 어김없이 낚시점 앞은 흡사 에스키
모인들 같은 모습으로 낚시꾼들이 모여 있었다. 털이 수북한 모자를 덮어 씌고 흰 입김을
내뿜는 사람 사지를 벌벌거리며 온몸을 떠는 사람 이유도 없이 분주하게 왔다갔다는 초보
꾼 그리고 뭘 안다고 미리서 그날의 조항 결과를 예측 해 보는 사람 및 자칭 낚시도사라는
사람의 채비학 설명 등, 그야말로 북새통이 따로 없었다. 먹고 사는 일에 그렇게 설친다면
적어도 빌딩 두어 채는 거느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 옅은 핑크 오리털 파카를 입고 털장갑을 낀 손을 연신 비벼 데는 앳된
처녀(?) 한 명이 있었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이 되었을까말까 한 여자가 산 속 비적들 같
은 차림새의 낚시꾼들 사이에 끼여 있으니 어찌 금방 눈에 안 띨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그곳에 모여 있었던 낚시꾼들은 알게 모르게 그 여자에게 힐끗거렸다. 여자들이 낚
시를 따라오는 경우는 그때도 종종 있긴 했으나 그렇게 젊은 여자는 흔치 안 했었다.

출조지는 장사도. 거제도 내만에 위치한 섬으로 겨울철이면 볼락 학공치 떡망상어가 주종
이고 어쩌다 철없는 벵에돔이나 집나온 감성돔들이 어설픈 채비를 터트리기도 했다. 지금
은 그런다. 낚시를 가지전에 분명 뭘 잡아보겠다는 대상어를 미리서 정하고 그에 맞는 준
비를 해 간다. 물론 현장에서 꼭 대상어가 잡히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준비만큼은 그
렇게 한다. 하지만 그때는 딱 정해진 대상어는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걸리는 데로 잡겠다
는 게 당시 낚시꾼들이었다. 그러기에 낚시에 걸리기만 하면 뭐든지 소중하게 가져왔다.
그때를 생각할 때 지금은 너무도 야박해 진 느낌이 든다. 자신의 낚시 대상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팔뚝만한 전갱이가 갯바위에 버려져 썩어가는 낚시터를 볼 때 낚시꾼들의 의식이
얼마나 살벌하게 변했는가 알 수 있다.

마동 인근에 있는 이름 없는 포구에서 연탄을 운반하는 배. 이른바 연탄배(당시 우린 그
배를 그렇게 불렀음)을 딴것은 새벽 4시 무렴. 낚시점 주인 이 씨는 늘 그 배를 섭외했었
다. 제법 규모가 있는 낚싯배도 물론 당시에 더러 있었다. 요즘 같은 쌍발 엔진을 장착한
스피디한 낚시 전용 배는 비록 없었지만...

연탄배는 뱃삯이 아마도 저렴했을 것이다. 지금도 이 씨는 당시 그 배 하루 사용료를 밝히
지 않고 있긴 하지만, 적어도 낚싯배 보다는 분명 쌌을 것이다. 그런데 그 배는 타고 갈
때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피곤하다고 무턱대고 아무 곳에나 앉았다간 숯검댕이로
낚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구를 벗어나자 이내 칼바람이 몰아쳤다. 겨울의 새벽은 늘
그렇게 예리하게 깎여져서 다가온다. 하지만 연탄배는 그랬거나말거나 급할 게 없다는 듯
느긋하게 통통거렸다.

예비군들 태우고 다니는 버스에 몸을 실어서 그 좁은 산길(마산에서 진동구간이 특히 더
했음)을 굽이굽이 돌아 겨우 배를 탔건만, 배가 그 모양이니 지금 같이 성질 급한 낚시꾼
들이라면 모르긴 모르되 즐기자고 가는 낚시가 오히려 더 열 받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낚시꾼들은 의례히 그러거니 하곤 했었다. 좋은 포인트에 자기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내려
주기 위해서 전투함 같이 치닫는 요즘 낚싯배와는 참으로 격세지감이 든다.

그렇게 얼마를 달려서 겨우겨우 도착한 장사도. 배에 서치라이트가 없는 관계로 손전등을
일제히 밝혀서 한 명 한 명 갯바위에 내려야만 했다. 배가 힘이 없는 관계로 신속하게 내
려야만 한다. 그러기 때문에 잡다한 보조가방 같은 것은 공중으로 집어던져져 이미 갯바위
에 올라간 사람들은 안정을 취할 틈도 없이 이내 럭비선수 같은 포즈로 나서야 한다.

그렇게 내려야 하니 아무리 신속하게 내려도 시간이 엄청 걸리는 건 당연한 이치. 그런데
시간이 걸리는 건 그렇다 치지만, 사실 그렇게 내려야 하니 위험한 경우도 많았다. 물기가
있는 곳에 발을 잘 못 디뎌서 낚시 해 보기도 전에 바닷물에 빠지는 일도 있었고 엉뚱한
보조가방을 받은 것도 모르고 낚시를 하다가 나중에 탱탱 굶는 경우도 이따금 있었다. 휴
대폰이라는 개념도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언젠가 난 남은 밑밥을 냉장실에 보관해 두었다
가 다음 출조 때 가져 간다는 게 갯바위에 올라가 펼쳐보니 엉뚱하게 메주콩이 나온 경우
도 있었다. 뭐든지 급하게 설치면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아부나이??!! 낚시를 좀 했다는 당시 원로급 낚시꾼들은 독립된 여를 그렇게 불렀다. 그런
데 그 여자와 40대 초반인 듯 한 남자가 한사코 그곳에 내려 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단 둘
이만... 이틀 낚시라 보다 더 안전한 곳에 내려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려도 그들은
도무지 말을 안 들었다. 높이는 수면에서 5m 남짓. 물론 제법 큰 돌섬이긴 했지만, 그래도
겨울철엔 변수가 많아 배를 곁에 준비 해 두면 몰라도 이틀 낚시 자리로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자리가 위험하니 본섬에 내려라 는 간곡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앉을 곳이 평평하니
되었다며 결국 그곳에 내렸다. 낚시를 제법 다녀 봤지만, 자리가 평평해서 내리겠다고
우기는 남자와 여자를 보고 있노라니 이내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은 비단 나 뿐
아니었던지 그들을 내려주고 다른 포인트로 가는 도중에도 낚싯배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서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괴이하다고 중얼거렸었다.

어부는 하루 천기를 읽을 수 있다.

이어서...

※ 약간 길어서 2편으로 나눴습니다.

간출여: 2부는 언제? ... 잼있네요... ^^;; 기다려 집니다. ㅡ0ㅡ;; [12/12-13:35]

부산바다: ㅎㅎㅎ 제목의 갯바위인어는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12/12-15:22]

세탁: 아부나이 위에 로망슨가? [12/12-20:28]

lks0690: 2부는 언제뜨는교! [12/13-14:02]

도끼눈: 2 부 빨리 좀 쓰줄소 궁금해 죽갔네요 ^^; 억수로 [12/15-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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