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 인간의 버릴 수 없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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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 인간의 버릴 수 없는 욕망

	2009-10-16 (금) 20:37 작성자 : 수요일 ( nonsul )
	에세이
	추천: 0 조회: 5542

IP: 121.xxx.159

자존심 - 인간의 버릴 수 없는 욕망

욕망(慾望),
인간사회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이것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절망하기도 하였습니까.

집착(執着),
법정 스님은 집착의 불필요성을 '무소유'란 글에서 역설(力說)하셨지만,
평범한 나 같은 인간이,
어찌 이 욕망을 다스리고, 집착에서 쉬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낚는다는 행위,
맛있는 미끼를 끼우고
물고기를 한껏 유혹하는 행위.

인간 삶으로 확대하면,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유혹하고자 하는 모든 행위가
바로 낚시라고 일컬을 수 있을 터.

그러니, 낚시를 하면서 어찌 이러한 욕망과 집착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까.
낚는다는 행위 자체가 물고기든 인간이든 그를 꾀기 위한 것이거늘.

바다에 홀로 자리한 등대.
동서남북 어디로든 나의 욕망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소.

저 등대는 깜깜한 밤을 항해하는 이에게는 안전한 길잡이가 되겠지만
천성(天性)이 낚싯꾼인 저에게는
수심 적당히 나오고, 발판 편안하고, 고기 있을 만한
그런저런 포인트로 보일 뿐입니다.

지난밤 11시 늦은 시각, 수업을 마치고
낚시가방을 점검하고, 밑밥통을 챙기고, 아이스박스를 채워넣고
(이때가 낚싯꾼에겐 제일 행복한 시간입니다.)
새벽 2시. 조우(釣友)들과 만나
쉬지 않고 달려서 도착한 고성군 하일면 동화마을.

고성 자란만 일대까지 차운전해 오면서
대상어에 대한 욕심도
물고기에 대한 집착도 없이
한껏 너스레만 떨면서

"나는 오늘 당신들과 함께 갯바위에 서는 것만으로 정말 기쁘오."
이런 마음만으로 가슴 속에 꼭꼭 채운 채
어둠을 뚫고 달려온 고성 자란만.

이날 동행한 조우는 저를 포함하여 넷.

저보다 저보다 한 띠 이상 많은 인생 선배 한분과
세살 연하의 동생
열한살 어린 막내 동생.
이렇게, 같은 꿈과 욕망을 가진 각양각색의 연령대의 사내들이 모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10월 중순 세물,

이럴 때 언감생심 고성 내만권에서 무슨 명품고기를 바랄 수 있겠느냐마는
그저 마음 맞는 벗들과 갯바위에서 낚싯대 함께 드리울 수 있다는 걸
자족(自足)합니다.

특히 내만권 낚시이기에
올망졸망 펼쳐져 있는 인근 섬의 모습도 나의 마음을 더욱 넉넉하게 해 주리라 믿으며
그것이 오늘의 최대 조과물이 될 거라고 믿으며
낚시자리에 섰습니다.

설마 이 자리에 무슨 감성돔이 있을 거냐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 나의 조과(釣果)는 물고기가 아니야. 사람들이야.
오늘은 물고기를 낚는 날이 아니고,
사람들을 낚는 날이야.
이런 말을 몇 번이고 소처럼 되새김질 합니다.

아침 6시가 다 되어 가는데에도 아직도 깜깜한 갯바위.
잠시 망설여 봅니다.
낚시자리에 왔으니 낚시는 해야겠고, 그렇지만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드니,
해뜰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러나 그 잠시를 못 참고 어느새 전자찌 채비를 하고 있는 나.
4년 전부터 오기 시작한 노안(老眼)에 채비도 힘들면서
눈에 불을 켜고 채비를 서둡니다.

아~ 낚싯꾼의 씁쓸한 욕망이여.
여기서 아직도 버리지 못한 욕망의 일단(一端)을 봅니다.
나는 결국 이런 낚싯꾼에 불과하단 말인가?

그러나 전자불빛의 아름다움.
밤낚시를 다녀본 자는 알 것입니다.

바다 위에 뜬 불빛도 불빛이건만,
물고기의 입질이 있을 때
흡사 노을이 퍼지는 것처럼
물 밑으로 잠기는 전자불빛의 빛무리.

오늘 지인들과 함께 하는 낚시이기에
더욱 더 전자찌가 만들어내는 불빛 축제의 향연에 스스럼없이 빠져들었습니다.
어둠과 불빛과 옆에서 느껴지는 벗들의 심장소리.
이때 물고기가 벌컥 물어줄 것 같은 그런 묘한 충동에 저도 모르게 빠집니다.

드디어 해가 떠오릅니다.
햇귀 하나 없는 태양이 떠오릅니다.

비로소 하루가 시작된 것입니다.
오늘 하루의 낚시가 문자 그대로 낙수(樂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봅니다.
함께 동행한 조우들이 오늘 하루 무사하게 낚시할 수 있게끔 용왕님께도 빌어봅니다.

마침 우리들 넷은 모두 남쪽 방향을 보고 낚시를 하고 있었기에
동녘으로 떠오르는 태양은 낚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켜주고 있었습니다.

어김없이 전갱이는 제일 먼저 나를 마중나오고
나는 그런 전갱이를 고마워하면서,
그렇게 아기자기한 손맛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조류는 동쪽, 서쪽없이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밑밥 품질도 별 고민없이 찌 있는 자리에 톡톡 던져놓고 있었습니다.

한시간이 흘러가고 두시간이 흘러가고
전갱이, 망상어, 용치놀래기, 복어 등 온갖 어종들이
우리들 일행을 마중나오고 있습니다.

갑자기 옆에서 낚시하던 막내
- 걸었습니다.
뜰채를 대줄까 말까 어떤 사이즈일까 고민하던 찰라
이미 녀석은 얼굴을 갯바위 위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30센티 조금 넘은 듯한 녀석.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그의 집중력이 만들어 낸 좋은 결과물입니다.

막내가 하는 말,
"모두들 이리로 오이소. 여기 고기 있습니다."
참으로 의젓합니다.
형님들과 함께 손맛을 보려는 그의 자그마한 배려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감성돔은 우리를 축하해 주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낚싯대 놀리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이때까지 퍼부은 밑밥이 아까웠지만,
밑밥 품질한 자리가 바로 포인트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자리를 옮겼습니다.

바람에 의지하여 한껏 멀리 찌를 던져봅니다.

올라오는 물고기는 보리멸, 작고 예쁜 도다리.
혹, 바닥이 모래인가?
수심을 양껏 줘봤습니다.
전혀 밑걸림이 없는 상태......ㅠㅠ

다시 본래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옆에서 버너 작동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곁눈으로 힐끗 보니 막내가 형님들을 위해 점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짜식, 역시 젊은 사람이 참으로 부지런하구만."
내심 무척 행복해하며 느긋하게 장대를 드리웁니다.

입질이 무척 예민해 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석의 얼굴이 궁금했습니다.

미끼만 계속 따이기에 채비를 교체해 봅니다.
찌매듭은 남겨 놓고 반원구슬을 떼고, 제로찌 채비를 합니다.
비로소 입질이 보입니다.

찌매듭을 구멍찌 밑으로 쏙 가지고 가는 녀석들.
망상어. 그리고 용치놀래미ㅋ
결국 그랬습니다. 이 녀석들이 상층까지 떠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겁니다.

이때 라면을 끓이는 줄 알았던 막내가 또 낚싯대를 들고 용을 쓰고 있습니다.
뜰채질.
또 한 마리의 감성돔이 얼굴을 비춥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쁘지가 않습니다.
갑작스레 밀려 오는 참담함.

막내가 두 마리를 낚을 동안 난 뭘 했단 말인가?
여태껏 출조비 쏟아 부은 것만 해도 돈이 얼만데.
그간 난 뭘 했단 말인가?

들물이 진행되면서,
물이 왼쪽(동)에서 오른쪽(서편)으로 전형적인 감성돔 조류속도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도 집중을 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밑밥통은 이미 그 알몸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때 일행 중 최고의 연장자분이
비로소 한 마리를 걸어냅니다.

"이제서야 체면치레했다."
오랜 긴장을 걷고 안심한 듯이 내뱉는 말씀.

그런데 그 말이 제게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난 왜 체면치레를 생각도 못 했을까?
갯가에 나와, 바다와 함께 연애할 생각만 했지
정작 대상어를 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니.

혼자 떠나는 낚시 여행과 동행출조 -
각각 장단점은 있겠지만 함께 하는 출조는
묘하게도 경쟁심이 유발됩니다.
그래서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은 이미 1시 30분.
2시에 배가 우리를 데리러 오기에
더 이상 망설임도 없이 낚싯대를 접습니다.

그래 난, 오늘 사람들을 낚으러 온거야.
나의 대상어는 감성돔이 아니라 바로 사람들인거야.

이렇게 쓸쓸히 위안을 하며 대를 접습니다.
그리고 갯바위 청소를 합니다.

두레박질 몇 번.
내 가슴 속에 있는 욕망의 찌꺼기를 다 씻어버리고 싶습니다.
갯바위에 눌러붙은 밑밥처럼
잘 씻겨내려가지 않는 나의 욕망의 편린들을

몇번의 두레박질로 헹굽니다.

이제야 생각을 해보니,
세 명 이상 동행출조했을 때
항상 저의 조과는 꽝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낚시보다는 사람들이 더 좋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오늘 우리의 조과물인 감성돔 사진을 찍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아직도 남은 저의 자존심 때문일 겁니다.^^

손맛으로

2009-10-17 00:18

'수요일' 님이 선택한 글 입니다.
형님 .. 피곤하셧죠..^^*
오늘 수영동 동사무소 들리고 새마을금고 이자낸다고
형님 학원앞쪽으로 다녀왓습니다..
학원앞에 가서 들어갈까 하다가 헤~...
혹시나 다른 선생님..학생분의 방해꾼이 될까봐 몸을 사렷습니다.

큰형님과 형님 그리고 저의 글을 읽으면서
각각의 글맛을 느끼게됩니다.
그중에 저의글이 회원님들이 읽기에 제일 거만한것 같습니다 ㅋㅋ
어쩌겟어요 타고난 본성인것을요 ㅠ.ㅠ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
느낌이 통하고 배려가 깊은 사람 ...
그런 분 한분만 뵈어도...
저는 성공햇다고 봅니다.
그러니 저는 그 날...
저의 연장자이신 두분의 마음을 받았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지요 ㅎㅎ
분당에 4~5년 거주하면서 사람정에 굶주리긴 많이 굶주렷나봅니다.
설 사람들 코 베간다고 하잖아요 ㅎㅎ
철저한 이윤관계의 인간사회를 경험한게
저한테 많은 인생도움이 된것 같습니다.

이번 출조가 첫출조인만큼...
형님 말씀처럼 같이 동행한것만으로도 큰 행복입니다.
다음 두번째부터는 고래사냥으로 떠납시다..~ ㅎㅎ
뵐때까지 건강하십시요 꾸벅 ~...


폴리	분당에 4~5년 거주라?...ㅎㅎㅎㅎㅎㅎ 자주 연락하면 결코 정에 굶주리진 아니 할걸세... 우연이 아닌 인연으로 만남을 생각한다면~~ 역시 부드러운 글솜씨 잘 읽었네....또 감세~~ 다음엔 대물하러!!~	10/17 00:35

수요일	언제쯤 학원 앞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들어오시지 않고.... 어제는 오후4시부터 5시 30분까지 운동을 위한 산책을 했습니다. 광안리 해변가에서 광안대교까지 걸으면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여기 저기 낚시하는 꾼들 모습도 보았고^ 한 마리도 못 낚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ㅋㅋ 손맛으로님도 운동하세요^^	10/17 13:51

폴리

2009-10-17 00:30

'수요일' 님이 선택한 글 입니다.
ㅎㅎ..역시 비슷하였구먼~~
思考의 미끼에 낚인 1인이지만 나름대로는 바다가 좋아서 꼭 갔다와야만
살 것 같은 절박감이 더욱 강하였네~~
이제 막 어느정도 정리하고 컴앞에 앉으니 몸살끼가 오는지 어지럽구먼!!~..ㅎ
아마 눈뜨면 또 파아란 바닷물이 생각 날 듯!~...가지도 못하면서도...

맨 나중의 문구!! ....."감성돔 사진을 찍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아직도 남은 저의 자존심 때문일 겁니다.^^"...
자존심을 살릴려면 아무래도 11월경 되어야 될 듯. 그때 다시 함 가세!!~
수고 많았네!!~~...^^*


수요일	알겠습니다. 올해는 꼭 5짜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내년 영등철. 감성돔 다 죽었습니다.^^	10/17 13:52

은시랑

2009-10-18 15:23

'수요일' 님이 선택한 글 입니다.
얼마전 사량도 가면서 등대섬에 내리고 싶었는데
워낙 사람이 많아서 그만....

재미있게 갔다오셨네요.
담엔 저도 좀 데리고 가세요.
라면 끓일줄 압니다.


수요일	다음엔 꼭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보다 웃어른인데, 어찌 감히 라면 끓이게 하겠습니까? 꼭 저보다 아랫사람과 동행해야하겠습니다.ㅎㅎ	10/18 20:12

폴리	ㅎㅎ...안그래도 연락할려다 화요일 출근? 하는 날인데 수요일 가자하면 피곤하다 싶어 연락 아니 했심더!!~..ㅎㅎ 담에 함 가입시더~~삐지지 마시고!!...ㅎ	10/19 08:38

정력대사

2009-10-18 22:42

라면은 제 담당인데.......^^;;;
남다른 글솜씨 가슴깊이 새겨 읽고 또 읽었습니다
다음에도 불러만 주신다면 염치 불구하고 따라가고싶습니다 ^^ ㅋㅋ
항상 건강하십시요


폴리	휴일을 수요일로 해야겠네?....ㅎㅎㅎ	10/19 08:39

수요일	대사님때문에 이제 난 닉을 바꿀거예요. 정력수요일.... ㅋㅋ 그런데 대사님. 정말 상체가 저 사진 그래롭니까? 그게 정말이라면,, 나를 두번 죽이는 겁니다.....ㅠ	10/19 21:18

정력대사	뼈다구 밖에 안보이는데요 ^^;;; 맵시나는 몸매를 위해 다시금 노력해야되는데.............. 형님을 두번죽이는 못난아우가 되지않기위해 노력을 금하겠습니다 ㅋ	10/19 22:15

폴리	벗으면 볼 만 하거마는....ㅎ 한 여름 이기대에서 난 아니 태울려고 하는데 ..대사는 웃통 벗고 (=선팅한다꼬)...낚시하는거 보면 낚시꾼 아닌기라!!~ㅎㅎㅎ	10/20 15:55

조아서

2009-10-20 19:09

ㅎㅎ "욕망의 덫"이란 소설을 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자들이 않나와서 조금 실망 했었지만은.....^^
무척 재미 있으셨나 봅니다.
다음에는 이 좋은 계절, 보다 더 멋진 곳으로의 조행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수요일	조아서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언제쯤 조아서님이랑 시간이 맞을지....ㅠㅠ 저는 주말이 없는 불쌍한 사회인이기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가물에 콩나듯하니..... 이거 원. 대신 조아서님이 올려주시는 글과 그림을 보면서 대리만족하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요 행복하고 여유로운 낚시 세계 속에서 마음도 더욱 풍요로우시길 빕니다.	10/24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