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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 성 자 부산등대  (  )    joyfishing@hanmail.net
  작 성 일 2006-01-01 (일) 18:56
ㆍ추천: 0  ㆍ조회: 1386    
ㆍIP:
대물을 낚고자 한다면...
우선 화장이 두 칸을 뜯어낸다. 그리고 그걸 반으로 접어 조금씩 잘게
뜯다보면 영락없는 솜뭉치 같은 형태가 된다. 물론 비록 화장지 두 칸
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뜯어내보면 제법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 수 있
다. 그런데 무려 두루마리 화장지 세 개를 그렇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한 곳에 앉아서...

성냥개비 한 개를 끄집어내어 양쪽 손 검지와 엄지손가락으로 잘게 끊어
낸다는 건 그렇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그저 생각 없이 하다보면 저절로
성냥개비는 힘없이 부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연속된 동작을 무려
3통의 성냥개비로 그것 역시 한 곳에 앉아서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면...

조치훈

그는 그렇게 했다. 그건 자신의 심장을 간장에 조려내어 처절하게 뜯기라도
하는 것 같이 필사적으로 때로는 본능적으로 그 일을 해 냈다. 그리고 그는
일본 바둑계를 두 번의 대3관으로 평정을 해 버린다.

그가 화장지를 뜯고 성냥개비를 부러트리는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은 기다림이
었다. 그 기다림이라는 건 상대의 실수나 상대의 무리수 따위 같은 걸 이르는
말이 아니다. 그저 바둑판에서 자신의 수를 내 보일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다. 즉 그가 평소 연구하고 공부 해 왔던 것들을 말이다.

물론 그도 그렇게 몸서리치게 기다리다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그 거대한 일본 바둑계의 조직화 된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족적을 그만큼 남겼다는
건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써 참으로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일에는 기다림이 없고는 뭣 하나 이루어지는 게 없다. 낚시란 취미는 더욱 더
그렇다. 오죽했으면 은(殷) 말기에 주(周)의 군사(軍師) 되어 세상을 얻었다는 태공망
(太公望)은 위수(渭水)에서 80년간 낚시로 때를 기다렸다고 구라를 치더라도 세상 사람
들은 그걸 믿어 줬을까! 낚시니 가능한 것이다.

그만큼 낚시와 기다림이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긴 기다림을 모르는 사람이 어찌
진정한 꾼들의 반열에 들어설 수 있으랴. 낚시란 결국 기다림으로 시작해서 기다림으로
끝나는 것인 걸...

요즘 낚시터에 가보면 왠지 조급증에 시달리는 꾼들이 많다. 이곳저곳 몇 번 낚싯대를 드
리워보고 반응이 신통찮으면 이내 자리를 옮겨가는 건 보통이고 조금 되었다 하는 자리엔
갈매기들이 하는 자리다툼보다도 더 치열하게 앉을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경우도 허다하게
본다. 그게 생존을 위한 경쟁이라면 그래도 기특한 면이라도 있겠으나, 이건 도무지 그런
차원이 아닌지라 그걸 보는 갈매기들의 반응이 자못 궁금하다. 무엇이 하등하고 무엇이
고등동물인지 헷갈린다고 하지나 않을까...??!!

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한 해를 새롭게 맞이하는 첫 날. 난 모든 낚시꾼들에게 기다림을 권하고 싶다.
그래야만 낚시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더 풍성해진다. 그렇게 되면  낚시 가는 길은
자연 좀 더 여유로워질 것이고 낚싯배들 간의 경쟁으로 비롯되는 위험도 줄어 들
것이며 온갖 쓰레기로 죽어가고 있는 모든 갯바위도 제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때문
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의 하루는 그 어떤 대물보다도 더 값진 게 아닐까!

따라서 잡는 문화가 아닌 즐기는 문화. 그게 결국 낚시가 가지는 궁극적인 목표로
남아 있게 할 수만은 없다. 해서 그런 꿈이 이루어지려면 그 기저에는 분명 우리
개개인의 낚시꾼들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기다림, 그게 어쩌면 전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고기를 잘 잡고 많이 잡는 관점에서 어떻게 기다리는 게 더 멋스럽고 더
재미있는 일인가를 설명해 주고 알려주는 관점으로 모든 프로그램 변해야 하지만,
그것들이 스스로 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따라서 그렇게 만드는 몫 역시 고스
란히 우리들의 것이라는 사실도 아울러 가슴에 새겨두었으면 어떨 지...??

물론 기다림 속에는 허망한 일도 때로는 신통찮은 즐거움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우리의 자연을 함부로 훼손해도 된다는 이유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또한 자연이
란 잘 보존만하면 언젠가는 그만큼 큰 대물을 우리들에게 되돌려줄 것이다. 이건 대다수
낚시꾼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대물 낚시법이긴 한데, 막상 물가에 서면 깜박 잊어버리는
게 문제라면 문제. 새해엔 모두 합심하여 기다림을 실천 해 보면 어떨 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낚시의 한 해가 되길 비 옵니다.

감사합니다.  


58.235.16.189 mc후까시: 좋은 글 마음에 담고 갑니다. 님도 다복하시고,건강하시길 바랍니다.  [01/03-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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