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야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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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조황 작성자	파도의꿈 ( lee9540 ) 전체글 :
ㆍ작성일	2016-01-17 (일) 17:35
ㆍ분 류	갯바위,방파제조황
ㆍ지역	[제주권]
ㆍ일자,장소,인원	2명
ㆍ물때,바다상황	내용안에 있음
ㆍ조황내용요약	내용 안에

ㆍ조회: 3226

ㆍIP: 119.xxx.172

제주 이야기 2편

살벌한 소리에 잠에서 깼다. 새벽 3시 반, 숙소가 성산포
방송국 바로 밑에 있는데, 그 주변은 온통 밭이어서 바람
소리가 더 실감나게 들린다. 밭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
때문일 거다. 이 엄동설한에 그런 바람소리를 듣고 누워
있으려니 따뜻한 방임에도 불구하고 오금이 저려왔다.
살을 에는 소리가 아니던가. 한 번 시작한 바람은 사람들
이야 겁에 떨던 걱정으로 사색이 되던 아랑곳 하는 법 없이
온 천지를 헤집어 놓는다.

그런데 어럽쇼??!!

평소에 입지도 않는 내복에 두툼한 방한복 그리고 두견
에 따로 방한모까지 완전무장하고 밖으로 나갔는데 바
람은 소리만 요란할 뿐 날씨는 전혀 춥다는 느낌이 들질
안 했다. 한낮에는 몸에 땀이 너무 나 서둘러 내복을 벗어
버리고 겉옷도 조금 얇은 것으로 바꿔 입이야 했다. 제주
도라......... 새삼스럽게 제주라는 걸 실감했다.

평택에서 온 동생이 다짜고짜 낚시를 가자고 했다. 그
동안 혼자 바다낚시를 해왔는데 날 만났으니 이제 제대로
된 낚시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나라고 별수 있을 리 없는
데도 말이다. 하여간 성산포항 일대를 나도 좀 살펴보고
싶었다. 해서 대충 낚싯대 한 대만 챙겨들고 숙소를 나섰다.
그것도 슬리퍼를 신고서. 숙소에서 불과 3분 거리. 그곳에
성산포항이 있다.

학공치와 메가리. 이놈들은 여기서도 열심히 낚시 방해를
하고 있었다. 왜자(倭者)들이 그렇듯 타고난 천성은 쉽게
버릴 수 없는 모양이다. 그 중에도 학공치는 제법 씨알이
되는 것도 있어 간간히 두레박에 담아보지만 아무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우도 가는 선착장
근처와 장흥으로 가는 배 접안지역까지 두루 탐색해 봤는데
거의 다 거기서 거기였다. 분명 여긴 제주가 아닌가. 그럼
벵에돔 특히 긴 꼬리 벵에돔들이 있을 텐데.........

항 건너 쪽 오주리 해안으로 가봤다. 그런데 그 바다색.
비취색이라고 하는 그 색이 드넓게 드리워진 바다. 난 그걸
본 순간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의 검은 돌과 어우러진
그 쪽빛의 세계. 저절로 경탄이 나왔다. 평택 동생 진욱이는
낚시할 욕심으로 그런 바다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등을
보인 채 낚시준비로 괜스럽게 바빠 보였는데,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오토바이를 탄 해녀들이 검은 잠수복을 입은 채로 왔다.
그들이 모여 무슨 말을 하는데 중간 중간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해댄다. 제주 말은 끝이 이상하다. 그건 좀처럼 흉내를
낼 수 없는 말이다. 그걸 모방해서 비슷하게 발음해 보지만
제주 토박이 오기사는 듣는 즉시 그냥 웃어버린다. 아니라는
것일 게다. 제주도 방언에는 이미 16세기에 없어진 소리의
높낮이 즉, 사성점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제주도
해녀들 복장은 특이한 곳이 하나 있었다. 그건 잠수복을
입은 다음 여자들 중요부분을 가리는 이상한 가리게(?)를 하나
더 찬다는 것. 필요해서 그렇겠지만 우리 눈에는 그게 이상하게
보였다. 어찌 보면 모양이 꼭 생리대 같기 때문. 후에 안 사실인데
그게 있어야 물속에서 용변을 봐도 잠수복이 벗겨지지 않는다고
한다.

바퀴가 두 개인 오토바이를 타고 온 해녀들은 그 부분이
상대적으로 풍성하게 보였고 바퀴가 네 개 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온 해녀는 어딘지 모르게 빈약하게 보였다. 자세하게 보고 그런
게 아니라 그건 금방 알 수 있다. 하여간 빈약했던 풍성했던 그들은
서둘러 배를 타고 어디론가 갔다. 제주 사람들은 그들을 할망이라
부르는데, 그래도 바퀴 두 개 오토바이 할망들은 허리가 꼿꼿하고
몸매 또한 가름하니 보기에 좋다. 우스갯소리로 혹시 제주 할망
소개해 주려면 오토바이 발통 두 개짜리가 좋겠다고 하니 제주
사람 임총무가 섬 여자 잘 못 건들면 섬에서 빠져 나가지 못
할 수 있다며 겁을 준다.

숭어들이 보였다. 엄청 큰 녀석도 섞여 있었는데 벵에돔 밑밥에
모여든 것 같았다. 진욱이가 숭어 잡는 방법을 아냐고 묻었다.
간단하다고 했더니 녀석은 과연 고수라고 날 치켜세웠다. 이제
낚시를 막 배우는 사람이라 그의 눈엔 어설픈 내도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작은 벵에돔들이 낚였다. 그것도 폭탄조법으로.........
수심이 그다지 깊지 안 해서 그런지 뭔가 큰 놈들이 올 것 같은
느낌이 안 들었다. 오주리 해안가 쪽으론 수심이 그리 깊은 편이
아니다. 그쪽에서 바라보는 성산은
앞면 그러니까 잔디가 있는 쪽이 보이는데 마치 성처럼 우뚝
솟아 있다. 그래서 성산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그쪽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다. 차로 5분 정도. 해서 우린 주섬주섬 채비를 거둬들였다.
보물찾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 근처에도 좋은 포인트가
있을 텐데 그게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낚시점에 들러 물어 봤
는데 우도 쪽으로 가면 좋다고만 했다. 우도까지 선비는 3만원.
비싼 편은 아니다. 제주 물가가 비싸다고 했는데 막상 와보니
낚시 밑밥 값은 오히려 부산 보다 더 싼 것 같았다.

성산 오른쪽. 그러니까 섭지코지 쪽 바다는 한 눈에 봐도 낚시
포인트가 아녔다. 몇몇이 그곳에서 낚시는 하고 있었지만 물색
으로 봐 수심이 전혀 나오지가 않을 것 같았기 때문. 진욱이는
아무데나 내려가 낚시를 해보자고 재촉을 했지만 낚시란 포인트가
중요하다. 성산 왼쪽으로 가봤다. 그곳에도 해녀의 집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보는 성산은 마치 용의 근육 같이 거대한 직벽 바위들이
뒤엉켜 있어 보는 이를 압도했다. 해녀의 집 옆으로 내려가면
해수욕장 같은 모래밭이 나오는데 그 건너로 성산과 연결된 돌산이
있고 그 위로 밧줄이 하나 걸쳐져 있어 그곳이 아무래도 숨겨진
포인트 같았다.

그런데 막상 그 돌산 밑으로 가보니 의외로 돌산이 가파르고
높아 보였다. 제주 사람들은 그래도 어찌 올라가 그 산을 넘어
가는 모양인데 슬리퍼만 신고 있는 우리에겐 아무래도 무리다.
그렇다면 어디가 좋을까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데 진욱이 놈이
대충 여기서 하자고 바닥이 훤히 보이는 곳에 그냥 주저앉는 게
아닌가. 탐색 차 나왔으니 던져나 보고 가자고 하는지라 어쩔 수
없었다. 우선 채비를 펴기 전에 밑밥부터 몇 주걱 뿌린다. 난
그게 습관화 되었다. 특히 이렇듯 물밑이 훤하게 보이는 곳은
더 그렇다. 그나 제주 물색은 어딜 가나 환상. 바로 그거다.

억~!!

진욱이 민장대가 한순간에 꺾이더니 그냥 허공을 향해 맥없이
튕겨버린다. 릴대를 펴는 내가 더 놀랬다. 그 녀석은 뭐가 뭔지
짐작도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게임이 끝나버린 듯 했다. 1.2호
목줄을 셋팅 하려다 1.5로 다시 바꿨다. 뭔가 있는 것 같았다.
연거푸 품을 뿌려주고 낚싯대를 드리웠는데 금방 미끼가 없어
졌다. 폭탄으로 해봐야 할 것 같았다. 바닥이 훤하게 보여서
별게 있을까 했는데, 그래도 6미터 수심. 제주 바다는 검은 빛
바다 보다 밝은 빛 바다가 더 깊다. 돌이 검기 때문에 얕은
바다도 검게 보이는데, 그게 오히려 더 깊지 않다.

서너 번 폭탄을 했을까 두 번째 발포찌가 쏜살 같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이내 내 릴대가 못살겠다고 비명을 질러댄다. 그도 그럴
것이 가볍게 가지고 다니는 릴대는 20년도 훨씬 넘게 내가 사용
하고 있는 것이라 사람으로 치면 환갑진갑이 다 넘었을 것이다.

쥐치. 말 쥐치는 더러 큰 걸 잡아 봤지만 오륙도 비석섬에서 잘
나오는 콩잎 같은 둥그런 쥐치가 40에 육박하는 건 거기서 첨 봤다.
도대체 쥐치가 커면 얼마만큼 커지는 것일까 설마 쥐치에 뜰채 질을
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빵도 빵이지만 그 무게 때문에 도저히
들어 뽕을 할 수 없어 결국 뜰채를 펴야했다. 쥐치에 뜰채라. 나중에
와서 안 사실인데 제주 특히 해녀들 사이에서는 이 쥐치 매운탕을
최고로 쳐준다고 한다. 어설프게 봐선 안 될 곳 같았다. 진욱이 놈이
먼저 줄을 터뜨렸는데 그게 약이 될 줄이야........
낚시터에선 때론 앞서 설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찾아 온 두 번째 입질! 이번엔 박는 게 아니라 아예 옆으로
째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놈이 제 성질에 못 이겨 온 바다를 끌고
다니는 것 같았다. 늙은 낚싯대 비명소리도 재밌지만 시공간을
자르는 것 같은 낚싯줄의 긴장된 쇳소리 그리고 옆에서 역시 역시를
연발하며 나 보다 더 흥분해 있는 진욱이 놈의 추임새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가운데 미끄러운 슬리퍼에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정체를
모르는 놈과 일전을 벌린다. 그러고.......

3편으로

[ 낚시터 환경보호 켐페인 ] 쓰레기 수거 인증샷 " 한 봉다리 했습니다 ! "
거창한 말보다 낚시인의 작은실천이 낚시터환경을 바꿀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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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감시 2016-01-17 18:11 IP:203.xxx.143	정말 긴장감이 감도는 멋진 조행기 잘읽고 갑니다 3부 부탁드릴께요 수고하셨습니다 ^^

뜰채조사 2016-01-17 18:31 IP:223.xxx.123	용의 근육이란 표현을 보면서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봅니다 ㆍ 티비나 사진으로만 보던 제주 풍광보다 실제 낚시에 임하면 더 멋지겠지요 ㆍ 이국적 풍광과 생동감 넘치는 낚시조행기로 인해 한편의 수필을 접하는 듯 합니다 ㆍ 2개월의 제주생활이 낚시와 더불어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ㆍ 수고하셨구요 ㆍ더 멋진 3편이 기다려집니다~~

원이경이 2016-01-17 20:23 IP:218.xxx.83	손맛지대로보셨네요 쥐취에 한갑이넘은 릴대 ㅎ

bjh피씽 2016-01-17 21:54 IP:175.xxx.244	제주이야기1편을 보구나서 마치 소설을 읽는듯한 기분으로 흥겹게 잘읽었습니다 역시 2편도 사진이없어도 어쩜이렇게 글솜씨가 좋으셔서 제머릿속의 상상의 나래가 펼쳐집니다 중간중간 ?재미나는 ㅋ 얘기도 제 눈과 귀 그리고 머릿속을 솔깃하게도 해주셨습니다^^ 마지막 당찬 손맛은 제주도의 대물 긴꼬리벵에돔이나 대물벵에돔을 기대해봅니다 기대해봅니 제3탄 기다려집니다 유쾌한 조항글 잘보구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바다매너 2016-01-17 21:56 IP:112.xxx.3	무협지를 쓰십시요. 소질이 분명히 있으십니다. 말쥐치 추자, 제주에는 상당히 큽니다. 우리 부산에도 외섬 쥐치는 사이즈면에서 알아주죠~ 다음호를 기대합니다^^

날잡으면비 2016-01-17 23:41 IP:110.xxx.93	슬리프신고 낚시라 위험 합니다.... 말쥐치를 뜰채로 얼마나 크길래 !!! 안낚 즐낚 하시고 3 편 기다려 집니다...

노총각늑대 2016-01-18 00:47 IP:58.xxx.48	항상 안전에 유의하셔서 낚시하시고.. 말쥐치 씨알이 상당합니다.. 즐거운 낚시가 되셨네요.. 수고했습니다..^*^

못잡아도고 2016-01-18 04:20 IP:121.xxx.130	이거슨 소설인가욤?! 잼나게 잘읽고 갑니다

비색추억 2016-01-18 09:20 IP:121.xxx.65	소설을 읽는거 같습니다 회사 와서 바로 읽어 봅니다 눈치 보며 ㅋㅋㅋ

송애 2016-01-18 10:40 IP:122.xxx.205	조행기 재미나게 잘 쓰시네요. 박진감 있는 조행기 3부가 기대됩니다.^*^

양산섭섭이 2016-01-18 10:54 IP:39.xxx.186	천애의 낚시천국~~제주도는 어딜가도 포인트 일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지만~~막상 내려간 바다는 녹녹치 않죠!^^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다 동생이 편 민장대가 하늘을 가르고 릴대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질 만큼 큰 쥐치가 제주도의 위용을 보여 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