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느방파제에서 있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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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검등여 ( mnbvc567 )
작 성 일	2017-07-14 (금) 13:42

ㆍ추천: 0 ㆍ조회: 2247

ㆍIP: 210.xxx.132

오래전 어느방파제에서 있었던 이야기.

회원여러분 안녕들하십니까
삼복더위에 낚시하시느라 대단히 고생들 많으십니다
어젯밤 열대야때문에 너무더워서 바람쐬러 오동도에 가보았는데
가끔 대물을 안겨주고 어종풍부하던 오동도 동방파제낚시는 이제 안녕이네요
많은낚시꾼들의 애환이서린 낚시터한곳이 없어져버렸어요
원정낚시가면 바늘하나 안잃어버리고 돌아오는데
오동도방파제에다가 참말로 많이도 바쳤네요.
심지어는 저까지 바칠뻔한적도 있었습니다

여수엑스포가 끝난 2012년 가을 태풍 볼라벤과 산바의 시간차공격으로
오동도와 엑스포단지가 박살이 나버린뒤 방파제보강공사를 시작하더니
높이를 아주높혀버렸습니다
얼마전에 준공을 했는데 테트라포트쪽이고 내항쪽이고
아예 낚시를 할수가 없게되버렸어요
방파제위에 올라서면 테트라포트는 저~~~아래에 보여서 갈수가 없어요
방파제가 절벽이 되버렸습니다.
휀스는 쳐저있지만 혹시라도 투신사고가 생기지않을까 염려까지될정도네요
현재는 서방파제 공사중입니다
동방파제휀스에 기대어 광양만에 대기중인 외항선들을 바라보고있자니
옛일들이 스쳐지나가는군요
낚시하면서 여러일들을 겪었지만 그중에 생각나는 두가지사건만 적어보겠습니다

첫번째이야기

20여년전일입니다
동방파제 갈때마다 어느 한낚시꾼이보이는데
항시 같은자리, 같은방향에 민장대를 걸쳐놓고 낚시하고있었습니다
70정도되어보인분인데 민장대 길이를 보니 3칸반(6.3m)대더군요

자주가다보니 이제는 그분이 자리에있나 없나 확인하는 습관이 생길정도입니다
하루는 자리가비었길래 어디 내가한번 해볼까...
얼마나 잘물길래 이자리만 고집하나...
테트라포트에 앉아보니 이건뭐 굉장히 위험합니다
서있는것도 아니고 앉는것도 아니고 그냥 엉덩이만 걸치고있는정도의 자리입니다
그러고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나서 돌아보니 그분이 오셨더군요
말은않고 왔다갔다 하시네요.
간단히 인사를하고 빠르게 짐챙겨서 자리비켜드리고
저는 테트라포트가반반하게 놓여져있는곳을 찾아서자리잡았습니다

그분과는 20여미터 떨어져있어서 서로가 잘보입니다
고기가 올라오는지 어쩐지 수시로 그분한테 고개가 돌려지네요
그러기를 한시간쯤 지났을까 고개를 돌려보니
낚시대만 보이고 사람이 안보이네요
어라? 조금전에 있었는데... 쉬~하러 가셨나....
좀있다가 다시보니 여전히 안보입니다. 먼가 이상한데...
조금후다시보니 여전히안보입니다.
불길한 예감이 스치면서 갑자기 기분이 쎄~해지네요

빠졌다~~~

낚시대를 급히걸쳐놓고 재빠르게 달려가서 내려가보니
테트라사이에 빠져서 올라오질못하고있습니다
빠지면서 물을 먹은거같고 가까스로 테트라잡고있는모습을보니
탈진을 했는지 눈이 감길려고합니다
상황은 급박한데 혼자서는 어찌할수없는 자리여서
도저히 혼자서 구해볼도리가 없습니다
조금만 더힘내서 버티고있으라고 말한후,
가지고다니는 휘슬을 불어서 긴급구조 호출신호를 날렸습니다.

휘이익~히이익~ 삐에엑~~빼~엑~~~

얼마나 급하게 세게불었는지 나중에는 빼엑~ 거리는 소리가 나더군요
여기저기서 5~6명의 낚시꾼이 달려옵니다
낚시하는 그대로 낚시대를 들고오는사람, 낚시대놓고 뛰어오는사람,
낚시하러 방파제에 막올라온사람, 그중에 어느한사람이 뜰채를 들고 뛰어옵니다.
여기저기서 20여명의 사람이 모였는데
자리잡고 힘쓸수있는 위치는 두군데밖에 없네요
들고온 뜰채를 이용해서 정말로 정말로 어렵사리 끌어올려놓으니
방파제에 잠시앉는가싶더니 이내 쓰러져버리네요
이대로 그냥가시는가 싶어서 깜짝놀라 몸을살피니 숨은 쉬고있습니다

그당시는 휴대전화가 귀한시절입니다
급히 오동도상가내 횟집으로 가서 112에 먼저알리고나서
119랑 같이오는걸로 신고를 하였습니다
112에 신고한이유는 상태가 불안하여 도중에 사망할수도 있을거 같아서였습니다
10분정도 있으니 순찰차와 구급차가 같이 도착하여서 급히실어서 보내고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그로부터 한참동안 그자리에는 그분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내심 돌아가셨나 걱정이 되더군요.
그러다가 서너달후쯤인가 그자리에 딱~앉아계시네요
너무나 반가워서 큰소리로 인사를 하였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돌아보며 저를알아보고 웃으시네요
그뒤 보였다 안보였다 하시더니 어느날부턴가 계속안보입니다
동방파제 낚시갈때마다 안보여서 그렇게 그분 안부를 궁금해했었는데
어느덧 20여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렸습니다
한동안 잊고있었는데 인생무상이 아니라 정말로 세월무상입니다
그분이 아직살아계신다면 연세가 90이 넘었을텐데 말입니다

두번째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와 같은시기입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오동도밤낚시를 위하여 출조하였습니다
동풍이 좀있어서 내항을 바라보고 깔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밤10시쯤.
어떤 여자한사람이 걸어오더니 제가있는곳 10여미터 옆에 털썩 주저앉네요
한밤중에 여자혼자 동방파제에오는건 보기드문일인데 보니까 젊은사람같습니다.
근데 주저앉자마자 흑흑~흐느끼면서 울고있네요.
허~이거이 먼일이여~

울면서 하는말을 들어보니
불쌍한사람~ 착한사람~ 이러면서 우네요.
여러말을 했는데 기억나는말은 이정도입니다
남편인지 남자친구인지 사랑하는사람이 죽은게 분명합니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저럴까 싶습니다

신경이 너무나쓰여 낚시를 할수가 없어서 옮길까하다가
동풍이 부는데 마땅히 갈데도없고해서 오른쪽으로 좀더이동해서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우는소리가 들려서 자꾸 봐집니다.
가만히보니 앉은채로 점점 방파제끝 엣지부분으로 가면서 우네요.
방파제 내항높이가 2m50cm정도 되는데 지금은 휀스가있지만
그때는 아무것도없는 허방입니다.
헛딛으면 그냥아래로 꼬꾸라지는겁니다

어~저러다가 떨어지것네...앞으로 더가면 안되는데...아나~
아무래도 떨어질거같아서 가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저..아가씨~ 하는순간 고개를 돌려서 바라보는데
눈물 콧물이 얼굴에 범벅이되어서 떡이된채로 저를 바라봅니다
아~~ 지금까지도 그런 여자얼굴을 본적이 없네요
울고싶은데 맘대로 못울어서 아주그냥 원없이 울어버릴려고
모든걸 포기하고 울고있는것같았습니다
도저히 그냥볼수가 없어서 허리에 걸쳐져있는
미끼잡은손닦는 수건을 건내주었습니다

다시한번 나를쳐다보더니 감사합니다~하면서 받습니다.
그와중에 인사성은 밝네요.
'그러다가 떨어지면 다치니 울어도 안쪽으로 들어와서 우세요'
하고말하고는 다시돌아와서 낚시중, 갑자기 둔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서 바라보니 안보입니다

흐미야~떨어졌네~

급히낚시대놓고 달려가서 방파제아래를보니
석축을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오고있네요
방파제내항쪽 석축은 콘크리트가 평평하니 발라져있고
아래로 석축이 가지런히 경사져있습니다
떨어지면서 석축을 따라서 굴러버린거 같았습니다
다치지않은것 같지만 괜찮으냐고 물어보니 바닷물에 반쯤젖은몸에
눈물 콧물떡진얼굴로 바라봅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올릴수가 없어서 긴급구조 호출신호를 날립니다.

휘이~익~~~빼~~에~엑~~~~~~~

달려온 서너명의 낚시꾼과함께 힘을모아 어렵게 끌어올려놓으니
부끄러운지 아무말도않고 고개를 들지못합니다
위험하니 끝으로 가지마시라고 다시한번 당부한뒤 내자리로왔지만
낚시가 제대로될리가 없습니다
철수하기로하고 정리중에 바라보니 통곡녀 드디어 걸어나가는데
방파제 엣지쪽으로만 걸어가네요
방파제중간쯤이 ㄴ 자로 되어있어서 엣지쪽으로 계속걸어가면
떨어져서 골로가는데 멈추질않습니다
앉은채로 떨어진거와 걸어가다가 떨어진거는 충격이 다릅니다
조금전 떨어진석축쪽과 달리 이곳은 모서리이고 큰돌이 둘쑥날쑥해서
거꾸로쳐박히면 그냥 끝장나는곳입니다

어~어~ 정지~스톱~~~안돼~~앙대~~~~~이런 쒸~~

정리하던 짐놔두고 시속200km로 달려가서 다행히
방파제절벽끝 2~3걸음앞에서 잡습니다
근데 고개를 돌려서 저를보는 모습이
'이사람은 아까부터 왜 나를잡는고야' 하는 생뚱맞은 표정으로 쳐다보네요

'아가씨 여기는 아까 떨어진데와 달리 떨어지면 바로 죽을수도있습니다'
그러자 방파제아래를 보더니 위험을느꼈는지 '감사합니다~'고 인사하네요

'안쪽으로 들어와서 방파제 가운데로 걸어서 나가세요' 하고
안쪽으로 데려다주니 다시한번 '감사합니다~'하고 꾸벅인사하네요
나가면서도 계속울면서 나가는데
방파제입구 계단으로 내려가는거 끝까지보고 짐챙겨서 왔습니다

벌써 2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새삼스럽게 그때그 떡진 처참했던 예쁜얼굴이 떠오르네요.
아가씨 심성은 착하게 보였는데 과거는 잊고
지금쯤 좋은남자만나서 잘살고 있을거라 믿습니다. 끝.

요즘은 낚시를 잘다니지않으니 이러한 에피소드도 생기질 않는군요.
회원여러분 더위에 건강챙기시고 항상 안전운전, 안전낚시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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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창파 2017-07-14 14:02 IP:118.xxx.174	오랜 세월동안 참 별일이 다 있으셨네요 검등여님의 착하신 성품이 글에 묻어납니다 늘 안낚 즐낚하십시요~~

양산섭섭이 2017-07-14 15:05 IP:39.xxx.173	여수쪽 방파제도 조금씩 높이가 높아져서 낚시 하기가 어려워지나 보네요!ㅜ.ㅜ 사건도 많고 나쁜일, 좋은일, 기쁜일등등 함께 한 동방파제가 낚시를 못하게 되어 너무 아쉬을것 같습니다!ㅜ.ㅜ

땡감시 2017-07-14 15:19 IP:223.xxx.6	아주 위험한곳인 모양입니다 두번 다시는 격고싶지 않은 일들을 경험하셨네요 두분의 목숨을 구해주셨습니다 ^^ 그분들은 잘 계실 겁니다 ....^~ 항상 어복충만하시고 안전하고 즐거운 낚시하시기 바랍니다 ^^

웃는배꼽 2017-07-14 16:51 IP:115.xxx.75	오랜 낚시를 하려 다니면 좋은것 나쁜것 참 많이 봅니다. 예전엔 선외기를 타고 갯바위에 뛰어 내리면서 하선을 하든때도 있었지요 참 사고도 많이 나고 위험한 상황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그래도 많이 좋아진것 같습니다. 읽어 보니 문뜩 옛일이 생각이 많이 납니다. 항상 안전한 낚시가 최고죠~~

아빠의청춘 2017-07-14 17:32 IP:61.xxx.82	흔들리는 퇴근버스 안에서도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흔히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이 재미있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건건이

2017-07-14 19:30
IP:110.xxx.87

호루라기를 첫번째 일이후에도 계속 챙겨다니셨다는것 자체가

참 감동적이네요.

진짜 말로만 하는말이 아니라 정말로 복받으실거 같네요.

항상 건강하셔요~ㅎ


검등여	몇년전에 삼발이 아래로 쳐박힌적이 있었는데 아무도 안도와주더군요 저혼자 기어서 올라왔답니다.	7/15 09:17

이쁜다은이

2017-07-15 00:22
IP:221.xxx.189

낚시를 오래하시다보니 별일이 다있나봅니다
글에서나마 인품,성격이 좋아보입니다
저러거나 말거나 하는분듯ㄴ이 요즘은 넘많은데.....


검등여	좋은성격은 못됩니다 평소에는 마음씨 좋은 훈남인데 한번 불받으면 성질머리가 더러워서 항상 그게 문젭니다	7/17 15:28

최강롯데 2017-07-15 04:59 IP:125.xxx.197	잘보고갑니다 항상 안낚하세요

감만바다 2017-07-15 08:49 IP:113.xxx.129	짫은순간에 두사람이나 살린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그런순간이 오면 할수있을까?

송애 2017-07-15 13:15 IP:122.xxx.133	예전에 등산 다니면서 오동도 방파제 몇 번 가본 일이 있습니다. 지금은 방파제가 많이 변했나 보네요. 평생 잊지 못할 일을 경험하셨네요. 그 두 분 검등여 님을 만나셨으니 살아날 수 있었네요.^^ 그 두 분 살아 있으면 그분들도 그때 일 가끔은 생각하면서 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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