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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조황 작성자 |
파도의꿈
( lee9540 )
 전체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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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6-02-27 (토) 21:10 |
| ㆍ분 류 |
갯바위,방파제조황 |
| ㆍ지역 |
[일광] |
| ㆍ일자,장소,인원 | 문동 방파제 |
| ㆍ물때,바다상황 | 아주 양호 |
| ㆍ조황내용요약 | 저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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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조회: 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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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IP: 119.xxx.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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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감독과 학공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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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학공치에게 3:0으로 졌다. 오늘 학공치들이 구사한 전법은 424. 전설로 남아 있는 멕시코 4강 신화의 주인공인 당시 청소년 대표 감독의 박종환이가 구사한 전법이 바로 그 전법인 것. 그런데 오늘 학공치들이 그 전법을 들고 나왔다.
그러니까 대변에서 죽성으로 넘어가는 길 옆 갯바위로 갔었다. 날도 따뜻하고 바람도 적당해서 모처럼 바람이나 쇌 마음으로 갔었는데 의외로 파도가 너무 거칠어 낚시할 분위기가 아녔다. 주차할 곳이 넉넉해서 좋다고 했는데 바다가 뒤집혔던 것. 해서 다시 돌아 나와 문동으로 갔다. 그곳 역시 아무도 없었다. 물색이 약간 혼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물결은 아주 적당한 상태.
혼탁한 물결 너머로 집중해야 할 것 같아 약간 멀리 던졌다. 대략 30m 정도. 하지만 별 반응은 없었다. 그렇다고 조바심을 내거나 달리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은 안 했다. 어차피 많이 잡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 채비를 드리워 놓고 밑밥을 아무 생각 없이 던져주는 일련의 행위가 그저 재밌다. 낚시란 여유롭게 해야 한다.
밑밥이 남으면 보통은 바다에 이리저리 뿌려주고 오는데, 한번은 제법 많은 양의 밑밥이 남아 검은 비닐로 싸서 냉동실에 넣어 둔 일이 있었다. 그걸 집사람이 이내 알아차리고선 얼마나 투덜거렸는지 모른다. 그것도 일종의 음식물이라고 설명해 봐도 알아서 빨리 치우라고 할 뿐 막무가내였다. 그리고 얼마 후 후배 놈이 갑작스럽게 거제 대포 쪽으로 낚시를 가자고 했었다. 그쪽 해경간부 한 명을 아는데 선주들과 절친 인지라 좋은 포인트로 들어 갈 수 있다고 했다.
좋은 포인트라는 말에 눈이 뒤집혔던가. 후배 놈이 얼마나 급하게 서둘던지 이것저것 대충 챙겨서 정신없이 집을 나서다 불현듯 그 남은 밑밥이 생각났다. 다시 돌아와 냉동실에 든 검은 비닐을 얼른 꺼내들고 허겁지겁 갔었는데 갯바위에서 펴보니 난데없는 콩이 나왔다. 여유를 갖지 못한 낚시의 해프닝일거다.
입질이 왔다. 형광등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학공치가 채비를 요란스럽게 끌고 다니다 올라왔다. 조금 멀리 던졌더니 그런 녀석들이 그곳에 있었던 것 같다. 0.8호 목줄이 다소 불안했지만 채비를 다시 손보려니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년이 넘게 낚시를 다니다 보니 이젠 뭐든지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낚시에서 돌아와 물걸레로 낚싯대며 각종 찌들을 지루한 줄 모르고 닦던 것도 옛말이 되었다.
드문드문 입질은 하는데 바늘에 걸리질 않는다. 바늘이 조금 작은가 싶어 약간 큰 걸로 다시 묶어 던져보니 이내 또 그만한 크기의 학공치 한 마리가 잡혔다. 주변에 사람도 없으니 낚시하기에 여간 편한 게 아녔다. 최근에 볼 수 없었던 크기의 학공치인지라 없던 투지가 조금 살아난 듯 했다. 다시금 입질이 왔는데, 목줄이 나갔다. 조금 더 멀리 던져서 챔질을 약간 둔탁하게 한 것이 화근.
정면에서 준형광등급 4마리 바람에 채비가 날려 옆에서 낚은 손가락 굵기의 두 마리 학공치. 그게 전부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 던진 곳에서 3번 목줄이 나갔다. 제법 많은 학공치들이 있는 것 같았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424. 바로 이것 같다. 오늘 학공치들이 이 전법을 들고 나왔던 것. 그럼 왜 3:0일가? 그건 열 마리를 잡으면 난 목줄을 한 번씩 다시 묶는다. 누가 정해 놓은 게 아니라 그냥 내가 그렇게 한다. 그 정도 잡아내면 바늘 바로 윗부분이 하얗게 변색이 되는데 그럼 줄도 약해지지만 학공치들 눈에 그게 보여서 경개심이 커지기 때문. 그런데 오늘은 체 열 마리도 안 되어서 3번이나 목줄이 나갔으니 그런 결론이 난 셈.
브라질 팀이 중국이나 베트남 팀들과 경기를 할 때 자석이 붙는 칠판을 놓고 따로 무슨 전법을 연구할리 없듯 나 또한 학공치를 잡기 위해서 물때표를 참조하거나 수온을 검색하는 일은 없다. 그냥 사심 없이 즐기는 선에서 낚시에 임했는데, 학공치들은 그게 아녔던 것 같다. 그 놈들은 있는 거 없는 거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열심히 나름대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것 같다. 하긴 우리야 잡아도 그만 안 잡아도 그만이겠지만 학공치들 입장에서 보면 그건 목숨을 걸어 놓고 하는 게임이 아니겠는가. 잡혔다면 기름에 튀겨질지 면도날 같은 회칼에 난도질당할지 모를 판인데,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기에 박종환 감독 같은 그런 감독이 그들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던 난 그저 즐긴다는 맘이었으니 시합에서 졌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철수하는 방파제 밑으로 수많은 갈매기들이 모여서 시끄럽게 소란을 떨어댔다. 마치 시합에서 패한 걸 인정 안 한다고 야유하는 것 같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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