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리떼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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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리떼의 습격

	2012-08-20 (월) 21:23 작성자 : 수요일 ( nonsul )
	조행기
	추천: 0 조회: 11325

IP: 14.xxx.243

부시리떼의 습격

2012년 7월 19일 목요일.

스마트폰 어플에 '바다타임'이라고 있습니다.
데스크 탑에서 물때를 확인할 때마다 둘러보던 http://www.badatime.com/ 사이트랍니다.

시도 때도 없이 이 '바다타임'을 들락날락합니다.
낚시꾼에게 정말 괴로운 장마철이기 때문입니다.

전쟁 중의 보초병보다도 더 날카롭게, 그리고 찰나의 방심함도 없이
'풍속'과 '파고'를 염탐합니다.

드디어 오랜 장마 속에 비 소식 없는 날이 왔습니다.

그래도 애써 침착하려 합니다.
지난 주 금요일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날씨 맑음. 풍속과 파고가 낚시하기에 적당했던
지난, 7월 13일 금요일
알고 지내던 후배와 다대포 낫개에서 만나기로 낚시 약속을 잡고
ㄴㄱ 낚시점에서 밑밥을 한창 개고 있던 찰나,
하늘에서 한방울씩 내리던 빗방울.

그날 오후부터 비가 온다던 기상청의 약속을 철석같이 신뢰하던 나에게
새벽 2시 반부터 내리기 시작한 폭우.......

그래서 다시 한번 날씨 상황을 확인합니다.
기상 캐스터도 아닌데 학교때 배운 온갖 지식을 동원하여 기상도를 살펴봅니다.

분명히 내일(7월 20일) 금요일은 날씨가 좋습니다.
오늘, 목요일 오후부터 날이 좋은 것으로 보아
분명히 태풍 카눈은 여기 부산을 더 이상 지배하진 못합니다.

ㅎㅎ 낚시하기 정말 힘듭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그 까마득한 옛날에
줏어 들었던 기억까지 더듬어 날씨를 확인해야 하니깐요.

그런데 정말 호랑이는 담배를 피웠을까요? ㅎㅎㅎ

평소 함께 낚시 다니던 낚시 친구에게 문자를 날립니다.
야호!

7월 20일 새벽 2시경
오늘도 어김없이 ㄴㄱ낚시점에서 밑밥을 개고 있는데
젊은 사장님이 흘리는 정보...

낫개에 ㄹㄷㅁㄹ호가 오늘부터 다시 영업을 한다는 점~~~~~.

그렇지만 ㄹㄷㅁㄹ의 영업 재개는 그다지 저의 귀를 즐겁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ㄹㄷㅁㄹ호.
그 동안 결항이 잦았으며,
ㄹㄷㅁㄹ호를 타기 위해서는 바로 옆 ㅇㅅ호의 눈치(?)도 봐야 했기 때문이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ㅇㅅ호의 '이모님'이라고 불리는 분.

^0^

그러니 어찌 ㅇㅅ호 외에 다른 배를 탈 수 있으리!!!
어림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ㄴㄱ 낚시점 사장의 얘기는 계속됩니다.

ㅇㅅ호 선착장에서 거리가 좀 떨어진 낫개 '야망대'로 선착장 위치를 옮겼다는 점~~~~~.
그래도 여전히 저는 ㅇㅅ호를 고수합니다.^^

그런데 아뿔사.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낚시 후 씻을 수 있는 세면장이 있다는 점~~~~~.

어느 새 저의 차는 야망대 입구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낚시하고 철수할 때의 그 얼굴, 그 땀내를 씻을 수 있다니^^

이런 곳이 어디 있을까?
여태 우리가 생각하던 그런 선착장이 아니었습니다.

파라솔 불빛 아래
젊은 연인들이 그들의 사랑 추억을 속삭일 만한 그런 장소였습니다.
펜션에서 실컷 노닥거리다가 새벽쯤
고기 잡으러 낚시가는 어느 관광지의 분위기^

접안 시설로 가는 외나무 다리^

낚시하러 가는 게 아니라,
관광하러 가는 듯한 이 기분.

ㄹㄷㅁㄹ 사장님께 묻습니다.

또 며칠씩 잠적하고 배 운항을 하지 않을거냐고?
당신 같으면 이렇게 시설 투자하고 영업을 안 하겠느냐고?

어쨌건, 우리는
ㄹㄷㅁㄹ 사장님이 내어주는 냉커피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키고
새벽 3시, 목적지로 출발합니다.

11분 걸려 도착한 목적지.
나의 놀이터.
나무섬 화장실 자리. 8번 포인트.

그 동안 참 많이도 빼먹은 냉장고 자리^^

예전에 화장실이 있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화장실 자리.
나무섬 8번 자리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위와 같은 구멍과 경고문이나 화장실 구멍은 없고

이렇게 바뀌었답니다.

뭍으로부터 20Km 이상 떨어진 이 나무섬(木島)에
이러한 거대한 역사(役事)가 진행되었다니.

인간이란 정말 위대한 존재인가?
만약 신(神)이 있다면, 한편으로는 이 인간이 얼마나 두렵기도 할까?

얼마전 VJ 특공대에 나왔던 중국 면산의 절벽 도시는
혹, 21세기의 바벨탑은 아닐까?

어쨌건
우리는 ㄹㄷㅁㄹ의 질주 덕분에
첫번째로 화장실 자리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곧 이어
ㅇㅅ호가 도착합니다.
배에서부터 쏟아지는 써치라이트.
나의 내면을 비추는 것 같습니다.

얼른 선장님의 눈을 피합니다.
에궁,
ㄹㄷㅁㄹ 타고 온 것이 그분께 무슨 죄를 진 것 같아
써치라이트의 시선을 피해 채비를 찾는 척 등을 돌립니다.

우루루 쏟아져 내리는 꾼들.
왜 이렇게 이 자리에 꾼들이 많이 내리지?

면식 있는 ㅇㅅ호 조사님께 들은 말씀.
요즘 이 자리에서 부시리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

당황스러웠습니다.
30cm 전후의 상사리 손맛 보러 왔는데
그 상사리의 생선구이맛을 잊을 수 없어 반찬거리 챙기러 왔는데.

부시리라니.
그래도 그놈은 뜬 고기기니까.
나와는 관계 없겠지^^

화장실 자리는 해 뜨기 전까지는 입질이 없기에
그냥 이것 저것 부시럭 부시럭
노닥거립니다.

어슴푸레 밝아오고,
늘 하던 대로 2.5호 수제찌에 2호 순간수중
3B 봉돌을 바늘 위 20센티 위 정도에 채우고 던집니다.

그런데,,,,,,,,

아~! 바닥에서 무는 부시리 녀석들.
괴로운 녀석들.

엘보.
팔에 전해지는 극심한 고통.

꿰미에 더 이상 꽂을 데가 없습니다.
세 마리를 낚고는
네 마리째는 낚시대를 옆의 지인에게 줘 버립니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제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시리 이외의 생명체는 말쥐치 한 마리뿐.

그리고 그 다음 주
ㄹㄷㅁㄹ을 타고 다시 화장실 자리로 향했으나
더 이상 화장실 자리는 내릴 수 없었습니다.

ㄹㄷㅁㄹ이 10분 안으로 주파(?)하여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다대포에서 타고온 꾼들로 이미 포화 상태.
그들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일찍 포인트를 점령했을까?

화장실 자리를 포기하고
인근 10번 자리
그리고 그 다음 주는 12번 자리

해 뜨기 직전에 전갱이 조과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17일.
재작년 상사리 몰살(?)을 시키고 왔던 48번에서
겨우 대상어 얼굴을 보았습니다.

2012년 7월 20일부터 8월20일인 오늘까지
나무섬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꾼들에거 그다지 큰 즐거움을 전해주진 못한 모양입니다.

아마 올해 윤달이 있어서 그런가요?
어차피 꾼들은 이런 추측 저런 추측하지만
알 수 없는 바다의 마음^^

그래도 저는
내일도 나무섬으로 향합니다.
11시 배를 타고 날물 한때를 보러 가려 합니다.

9월쯤 되어야 전 포인트
어복으로 넘쳐날 거라고 짐작을 하지만

저는 내일도 그냥 가방을 메고 가렵니다.
왜냐구요?

ㅎㅎㅎ
전 낚시꾼이니깐요.

제주꿀감시

2012-08-21 09:12

부시리에 아지에 참돔까지...다양한 손맛 보셨네요
사람 많은곳은 피해다니는 성격이라 부시리 참돔 잡으러 원도권 다니는저는 한편으론 나무섬이 땡기기도하네요^^;

무더위에 건강조심하시고 늘 안낚하시길 바랍니다


수요일	사람 많은 곳은 저도 갯바위에 내리지 않습니다. 고기보다는 저의 여유로움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입니다. 부산 근교의 갯바위도 잘 찾아보면 조용히 낚시할 수 있는 곳이 많습디다. 아직 더위는 여전히 우리를 부여잡고 놓을 생각을 않네요. 건강 유념힌시고 행복하십시오. 댓글 감사합니다.	8/21 21:56

아빠의청춘

2012-08-21 09:54

가장 마지막에 말씀하신 '전 낚시꾼이니깐요.'처럼 전문꾼의 포스가 팍팍 와닿습니다...


수요일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어김없이 오늘도 낚시 다녀왔구요 멀리 형제섬까지 다녀 왔으나 술벵이 한마리와 요즘 자주 보이는 거미불가사리 한 마리가 끝입니다.ㅎ 그래도 바람 시원하게 갯내음 가슴팍 가득 꼭꼭 채워놓고 왔습니다. 아마 며칠간은 낚싯병이 도지진 않을 듯 합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바다낚시 안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8/21 22:01

해리문돌

2012-08-21 11:21

우리동네 소식이라 반갑네요.ㅎㅎ 늘 낚시배 타시늘 분들 구경만했는데...9월에 한 번 가봐야겠네요.


수요일	다대포에 사시는 모양이네요. 참으로 부럽습니다. 저도 오륙도 갯바위와 10여분 거리에 살지만 에궁. 요즘 괴기가 없어서ㅠ 9월쯤 아마 갯바위 곳곳에 고기가 많이 붙었을 겁니다. 건강한 낚시 행복한 어복이 있기를 빕니다. 댓글 감사드리구요 행복하십시오.	8/21 22:04

빙고낚시

2012-08-21 21:55

너무 재미있게 읽어ㅡ습니다
글 솜씨가 전문가답습니다~~
팔 기부스해도 좋으니 한번 잡아봤으면ㅋㅋ
늘 안낚하시고 자주 올려주세요~^^


수요일	안녕하세요. 빙고낚시님. 엘보 그거 꽤 오래 갑니다. 낚시하다가 작년부터 엘보가 왔는데 큰고기는 겁부터 납니다. 깁스 없이 대물하시길 빕니다. 댓글 감사드리구요 늘 행복하십시오.	8/21 22:07

대화마린

2012-08-22 08:26

멋드러진 조행기 잘봤습니다 그리고 멋진 조과 까지
저두 나무섬 요즘은자주 못가지만 좋은섬인데 모기 때문에
피하게 되네요
질문이있습니다 위에 폰사진 어플로 보이는데 어떤것인가요 ??


수요일	안녕하세요. 대화마린님. 부산 지역 곳곳에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군요. 적조가 곧 여기 부산 앞 바다에도 상륙할 듯ㅠ 처음 어플은 바다타임이구요 두번째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마켓에서 Navionics라고 검색하시면 됩니다. 예전엔 한국거만 따로 구입이 가능하여 저렴했는데 오스트리아 안에 우리나라를 넣어 50000원 이상 줘야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항로경로 수심 풍향 조수간만 등 말 그대로 항해지도입니다. 낚싯배 타면 선장 옆에 붙어있는 기기이지요. 일반 네비나 어탐기가 최저 20만 이상이라보면 그다지 비싼 것도 아니지요ㅠ 댓글 감사드리구요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기를 빕니다.	8/22 10:10

아침뱃살

2012-08-23 08:19

경륜이 묻어나는 멋드러진 조행기 잘 보았습니다...
부산 도심 한복판에 ...가까운 곳에 이런 좋은 공간이 있다는게.
부산에 사는 낚시인들은 축복 받은듯 싶습니다....
저역시 나무섬을 좋아하기에 조행기를 다시 한번 보게 됩니다...
건강 하십시요~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조행기..잘 보고 갑니다..


수요일	안녕하세요. 아침뱃살님. 맞습니다. 부산의 낚시꾼들을 참 행복합니다. 지척에 낚시터가 있고, 적은 투자비용으로 원도권 못지 않는 조과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지요. 아직 여름은 물러나지 않고 있고 강력한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에 접근하고 있다네요. 건강 유념하시고 늘 행복하길 빕니다.	8/24 17:53

빅마우스

2012-08-24 14:20

조행기를 참 맛깔나게 올려주셨습니다 ^^ 저같은 초보는 그저 부럽기만 하네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항상 어복 충만하시길


수요일	무슨 말씀을요. 낚시한지는 좀 됐지만 여전히 전 초보꾼입니다. 물고기가 있어서 조과가 있지 어떤 훌륭한 테크닉이 있어 고기를 낚은 것은 아니었답니다. 부지런히 발품 팔다 보면 어복 충만할겁니다. 댓글 감사드리구요 건강한 낚시 즠기시길 바랍니다.	8/24 17:56

흰비

2012-08-26 12:57

베라크루즈 타고오시는분 아니신가요??


수요일	헉! 저의 정체를 아시다니.ㅎ 부낚에 오랜만에 글을 남겼더니, 시쳇말로 뽀롱났네요.ㅎ 근데 흰비님은 절 어떻게 아시는지? 우쨌든 태풍 전의 부산 일요일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 없습니다. 태풍 지나고 갯바위에서 조우합시다. 건강하시구요.	8/26 16:00

16호묶음추

2012-08-27 08:58

부낚에는...낚시가서 조행기 올리고 하면... 다 들통납니다...
옆에도 다들 부낚인들 이니까요^^..


수요일	그랬군요. 예전 부낚에 자주 조행기를 올릴 때는 알은체하는 사람이 그다지 없었는데 요즘 조행기 올리면 다 들통 난다고 하니 부낚회원이 참 많이 늘었나 봅니다. 사실 저도 부낚에 오랜만에 들어오다보니 대부분이 낯선 대명들이네요. 아무래도 자주 들러 회원님들께 인사드려야 겠습니다. 댓글 감사하구요 항상 행복하십시오.	8/27 11:55

새벽안개 2012-08-31 08:04	글 잘 읽었습니다. 즐낙,안낙하세요...